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하고 가담했다는 미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번 판결로 그를 탄핵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모두 밀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대폭 높이는 가운데 내년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정치가 유례없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공화당서도 “트럼프, 이겨도 탄핵될 가능성”
콜로라도 지방법원 새라 왈라스 판사는 17일 공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해 “수정헌법 14조 3항은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내란에 가담하거나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왈라스 판사는 남북전쟁 직후 추가된 이 조항이 상·하원 의원이나 대선 선거인단 등 활동 금지 대상이 나열된 만큼 대통령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왈라스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강성 지지자들로 하여금 의사당에 난입해 반란을 일으키도록 선동, 가담했다고 판결했다. 또 당시 그의 시위 촉구 연설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을 사실상 일으켰지만 대선에는 출마할 수 있다는 이번 판결에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환영하면서도 항소 계획을 밝혔다. 마이클 게하르트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법학)는 미 일간 USA투데이에 “반란 가담자의 모든 공직 진출이 제한되지만 대통령직은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사법 리스크’의 새 국면이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탄핵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화당 강경파 모임 프리덤코커스 소속인 검사 출신 켄 벅 의원(콜로라도)은 CNN 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합법적인 탄핵 조사와 의회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중범죄 유죄를 선고받아 항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으로 앉아 있다면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81세 생일 맞는 바이든, 트럼프 비판에 ‘다걸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및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샌프란시스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21차례 언급하며 낙태 정책 등을 비판한 데 이어 대선 캠프도 ‘2025년 트럼프의 미국’ 시리즈를 공개하며 그의 정치 보복, 낙태 정책, 이민 공약 등을 비판했다.
이는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 경제 정책) 성과 홍보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잇달아 밀리며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진 데 따른 것.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5개 여론조사 모두 1~6%포인트 차로 뒤졌다. CNN은 “대선 1년여를 앞두고 재선에 도전한 현직 대통령들이 10%포인트 이상 경쟁자를 앞섰던 것을 감안 하면 주목할만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81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고령 리스크가 또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0세 생일 때는 백악관에서 열린 손녀 결혼식으로 세간의 관심을 벗어났지만 올해는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설로드 민주당 선거전략가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률은 여전히 50%지만 트럼프(문제에) 기대 승리하려는 전략은 진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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