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53)가 승리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 좌파 정권에서 우파로의 교체가 현실화됐다.
19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내무부 중앙선거관리국(DINE)에 따르면 밀레이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86.59% 기준, 55.95% 득표율로 당선됐다. 집권 좌파 페론당 소속 세르히오 마사 후보(51·현 경제장관) 후보는 44.04%의 표를 얻으며 패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달 본선 투표에서는 29.99%의 득표율로 마사 후보(36.78%)에 밀렸지만, 이날 결선에서 역전했다. 앞서 마사 후보는 개표 시작 약 2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8시 10분경 선거 캠프에서 “저의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밀레이 당선인은 1970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 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의 학대, 동급생의 괴롭힘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때 유일한 버팀목이 됐던 사람은 여동생 카리나(50). 미혼인 밀레이는 여러 인터뷰에서 “카리나는 내 상관”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여동생이 대통령 부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벨그라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20여 년간 경제학을 가르쳤다. TV, 라디오 등에 단골로 출연하며 좌파와 우파 정권 모두 경제난을 가중시켰다고 싸잡아 비판해 인지도를 얻었다. 2018년 자유전진당을 창당했고 불과 5년 만에 지지율 1위 대선 후보가 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극단적인 자유주의 정책을 강조한다. 초(超)인플레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페소를 버리고 미 달러를 쓰자며 “집권 즉시 달러를 공용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경제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중앙은행도 없애 버리자며 중앙은행 건물 모형을 파괴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그는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에 극단적 혐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 4600만 명의 63%가 가톨릭이며 본인 또한 가톨릭 신자인데도 자국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극화 해소 등을 주문한다며 비판한다. 교황에게는 “망할 공산주의자, 악마, 똥덩어리”라고, 사회주의자에 대해선 “쓰레기, 인간 배설물”이라고 막말을 하는데도 높은 지지세를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밀레이 당선인은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에 걸맞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여야 기성 정치인 모두를 비판하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아르헨티나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4% 높았다. 빈곤율은 40%에 달해 서민 고통이 상당하다. 그는 연간 140%가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밀레이 당선인은 휴지조각이 된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정부 지출 삭감, 장기 매매 허용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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