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AP 뉴시스·위키피디아
“남미에 희망이 다시 빛난다. 이 좋은 바람이 미국과 브라질에도 불기를 바란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 직후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내놓은 반응이다. 흡사 밀레이 대선 캠프의 좌장 같은 말투다. 2022년 11월 대선 패배에도 호시탐탐 정계 복귀를 노려온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극우 열풍 확산에 대한 노골적인 희망을 드러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을 시도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당신(밀레이 당선인)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반색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종종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북미, 중·남미 세 명의 정치인은 활발한 소셜미디어 사용을 통해 반(反)기성정치, 반엘리트 정서를 자극하며 자신이 구원자라는 메시아 담론을 설파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BBC 브라질판이 분석했다. 작은 정부, 무기 소지 등을 지지하고 열광적 지지층과 반대파를 동시에 보유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 아웃사이더 → 최고권력자 직행
세 사람은 모두 기성 정치권과 철저히 거리를 둔 채 단기간에 최고권력자가 됐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의회 및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 2015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찻잔 속 태풍’을 점친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대선 후보가 됐다. 2016년 11월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밀레이 당선인 또한 2021년 하원의원이 된 지 2년 만에 최고권력자가 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1988년 정계에 입문했지만 30여년 간 8번이나 당적을 옮기는 등 역시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2018년 10월 대선 때도 소속 사회자유당에 대선 9개월 전 입당했다.
주류 언론과 불화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권자와 직접 소통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틱톡, 인스타그램 등 젊은층이 즐겨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가 강제로 뺏은 돈을 받아내야 한다”는 감세 공약을 설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공식 기자회견, 대변인 등을 거치지 않고 X(옛 트위터)에 곧바로 주요 정책 등을 공개했다.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그의 지지층이 2021년 1월 의회에 난입했을 때 이를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X로부터 사용 정지를 당하자 아예 ‘트루스소셜’을 직접 만들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또한 트위터, 페이스북을 활발히 사용한다. 대선 직전 괴한 습격을 받자 병원에서 치료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며 지지층을 결집했다.
● 선거 부정론 즐겨, “민주주의 위태”
세 사람은 선거 부정론을 즐겨 제기하며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는 공통된 지적도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도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다시 집권해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또한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1월 루이스 이냐시우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을 때 미국에 머물며 선거 부정론을 제기했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자신이 1위를 한 8월 예비선거 때부터 일부 후보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2위로 밀린 10월 대선 1차 투표 때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차이점도 있다. 트럼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동성혼, 낙태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복음주의 기독교도의 지지를 얻고 있다. 다만 밀레이 당선인은 자유주의자답게 동성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과거 페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이 (인간 대신) 코끼리와 함께 있고 싶고 코끼리가 동의한다면 그건 그 사람과 코끼리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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