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 터지고 불길…알바니아 의회 소동

남유럽 발칸반도 서부에 위치한 국가인 알바니아의 의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내년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연막탄을 터뜨리고 불까지 내는 소동이 벌어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 있는 의회에서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충돌이 일어났다.

보안 요원들이 에디 라마 총리에 대한 접근을 막아선 가운데,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당 중앙에 의자를 쌓아놓고 3가지 색깔의 연막탄을 터뜨렸다. 뿌연 연막탄 연기가 의사당을 채웠다. 한 야당 의원의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물을 뿌리며 곧 진화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도 야당이 막으려던 예산안은 과반을 차지한 집권 사회당 의원들에 의해 5분도 안 걸려 통과됐다.

야권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살리 베리샤 전 총리는 정부가 의회에서 야당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싸움은 돌이킬 수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의회에 다원주의를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리샤 전 총리는 탈 공산화 이후 첫 대통령을 지내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달 검찰은 베리샤 전 총리와 그의 사위를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그가 총리로 재임한 2005년∼2009년 사이에 있었던 토지 거래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베리샤 전 총리는 혐의를 부인하며, 에디 라마 총리가 자신에 대한 기소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마 총리는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의회 소동 후 SNS를 통해 “그들(야당)은 거리의 말과 태도를 정치에 가져와 혼돈과 폭력의 씨를 뿌렸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