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호 청혼’ 우크라 커플, 결혼기념일 앞두고 러軍 폭격에 사망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1월 23일 17시 12분


지난달 16일 결혼 1주년을 정확히 한 달 앞두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다닐로 코발렌코(22)와 다이애나 하이두코바(19) 부부.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 캡처
지난달 16일 결혼 1주년을 정확히 한 달 앞두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다닐로 코발렌코(22)와 다이애나 하이두코바(19) 부부.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 캡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 지하 방공호에서 프러포즈를 한 후 결혼한 우크라이나의 젊은 커플이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기 전에 러시아군의 폭격에 사망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부부로 살던 다니러 코발렌코(22)와 다이애나 하이두코바(19)는 최근 러시아군의 아파트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들은 데이팅 앱에서 만났고 메시지를 먼저 보낸 건 다이애나였다. 다이애나는 다닐로가 금발에 각진 턱을 가져 “좋아하는 캐릭터를 닮았다”며 사귀기 시작했다고 한다. 둘은 만나서 산책하고 저녁을 먹으며 전쟁통 속에서 사랑을 키워 갔다.

두 남녀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다이애나의 친구 리자 야키모바(20)는 “다닐로는 다이애나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이애나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닐로는 그녀를 위해 요리했다”고 말했다.

다닐로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던 중 다이애나에게 청혼했다. 그들은 첫 데이트 후 채 4개월도 되지 않아 혼인 신고를 했다.

다닐로는 뮤지션을 꿈꿨다. 유머 감각이 뛰어났고 러시아어나 우크라이나어로 작곡을 하고 공연했다. 다이애나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카페에서 일하면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꿨다.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 퍼뜨렸고, 10대 시절에는 사촌과 함께 K팝 댄스 경연에 나가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의 아파트. @GueberB X(트위터) 캡처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의 아파트. @GueberB X(트위터) 캡처

이들이 결혼한 지 거의 1년이 되던 지난 10월 16일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지역을 폭격했다.

당시 이들은 러시아군의 폭격에 대피를 결심했지만, 다이애나가 복도로 나오던 중 몇몇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되돌아갔고 다닐로가 그 뒤를 따랐다고 한다. 이들이 방으로 다시 들어섰을 때 폭격이 이들이 집을 강타했고 다닐로와 다이애나의 방은 문짝만 남았다.

다닐로의 아버지는 쓰러진 아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다이애나의 시신은 다음 날 잔해에서 발견됐다.

결혼 1주년을 앞두고 둘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이 사망한 10월 16일은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정확히 한 달 앞둔 날이었다. 화장된 이들의 유골은 친구들에 의해 의미 있는 장소에 뿌려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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