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더 넓은 금융 부문으로 확산할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중국 부동산 부문에 상당히 노출된 자산관리업체 중즈그룹이 부채가 최대 4600억위안(약84조원)에 달하는 심각한 파산 상태라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총 부채가 4200억~4600억 위안에 달한다며 사과했다. 서한에 따르면 중즈그룹의 총 자산은 2000억위안으로 추정됐다.
자산총액을 넘어선 초과채무는 최대 2600억위안(약47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중국에서 3조달러 규모의 그림자 금융의 주요 업체라는 점에서 중즈그룹의 파산은 부동산 위기가 산업 전반으로 전염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광업에서 자산관리까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중즈그룹 사이트에 따르면 이 그룹은 1990년대 목재 및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반도체 제조, 의료, 신에너지 자동차, 금융 등 다양한 사업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금융 사업에는 신탁, 자산 관리, 보험, 선물, 자산 관리 등이 포함된다.
중국의 부채가 많은 부동산 부문은 2020년부터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말부터 발생한 개발업체의 채무 불이행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뒤흔들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금융 연계 자산 관리업계는 일반적으로 상업 은행에 적용되는 규칙에서 벗어나 운영된다. 주로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한 자산 상품 수익금을 부동산 개발업계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다.
중즈그룹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이미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중즈그룹의 계열사 신탁회사인 중롱국제신탁유한공사가 수 십개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금 지급이 누락되면서 문제가 처음 드러났다.
중즈그룹은 투자서한에서 “자산이 장기 부채와 주식 투자에 집중돼 이를 청산하고 수익을 책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서한은 “조사 결과 그룹이 심각한 부실 상태이며 상당한 운영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기적으로 부채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그룹의 전체 부채 규모에 비해 훨씬 적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중즈 그룹은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손실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전반적인 위험 해결의 시급성, 중요성 및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NZ의 중국 수석 전략가인 싱 자오펑은 로이터에 중룽 신탁의 기본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 관련으로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회사는 돈을 돌려 받을 수 없고 자산 상각이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즈그룹의 부채문제가 산업 전반으로 파산 전염을 일으킬 위험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중즈그룹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단속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압박을 받자 지난 몇 년 동안 일부 상장사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 규모를 축소해왔다.
가베칼 드라고노믹스의 중국 연구 부국장 크리스토퍼 베드도르는 로이터에 “중즈그룹의 문제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 금융 규제 당국이 공격적으로 개입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 산업이 전체 금융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즈그룹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전액 상환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베드도르는 예상했다. 그는 “당국이 원한다면 개인 투자자에게 전액 보상을 해줄 수는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암묵적 보증이란 없다는 인식을 키우려는 당국의 수 년간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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