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지지율 하락, 기로에 선 기시다 日총리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 인터뷰
20%대 지지율로는 내정-외교 힘들어…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가능성
야당, ‘능력 없다’ 인식에 지지 못 얻어
“기시다 정권은 차기 선거에 불출마해 자연스럽게 물러났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할 수 있다.”
일본의 정치 전문가인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대학원 교수(정치학·사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일본정치법률학회 이사장이자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의 정치 전문 해설가인 그에게 일본 정권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
―기시다 정권의 향방을 전망한다면.
“낮은 지지율로 가다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가지 않는 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일본 총리는 여당 총재가 맡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가 사실상의 총리 선거다.) 일본에서는 현직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진다는 건 명예를 구기는 일이다. 빠르면 내년 3월 정기국회 종료 후 퇴임할 수도 있다.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축소 신고 문제가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어떻게 보나.
“근본적 문제는 리더십 결여다. 소수 파벌이다 보니 늘 눈치를 살피며 다른 사람이 싫어하지 않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지향점이 보이지 않고 늘 두리번대니 국민들 사이에서 ‘이래도 괜찮나’라는 비판이 커졌다.”
―낮은 지지율이 일본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20%대 지지율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얼마 전 중일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기시다 총리의 요청에 아무 호응도 안 하지 않았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정도, 외교도 안 된다.”
―야당은 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나.
“동일본대지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금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당시 경제가 안 좋았다. 지금 닛케이평균주가가 3만 엔을 넘는데 민주당 정권 때 7000엔대까지 떨어졌다. 소비세를 두 배로 올리기로 한 것도 그때다. 정권교체 후 자민당은 아베노믹스로 경기를 살렸다는 평가가 있지 않나. 야당은 나라를 맡을 능력이 없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 지지율이라면 자민당은 위험한가.
“당장 해산해 총선거를 치른다면 과반수도 잡기 어렵다고 본다. 이제까지 일본에 보수는 자민당뿐이었지만 지금은 일본유신회라는 대안이 생겼다. 최근 주요 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자민당은 무당파 부동층 표를 전혀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증세, 사회보험료 인상 등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이지 않나.
“타이밍이 안 좋았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인데 꼭 지금 올려야 했나. 한국은 어찌 됐든 대통령이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는 정치를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계속 보조금을 뿌리다 보면 빚만 늘어난다. 국민들도 이런 정책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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