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다시 안아 행복하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인질을 기억합니다. 다른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숨진 줄 알았다가 인질로 끌려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던 이스라엘 9세 소녀 에밀리 핸드가 납치 49일 만인 이달 25일 기적적으로 가족 품에 안겼다. 딸의 장례식까지 준비했던 아버지 토머스 핸드 씨(63)는 딸의 귀환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남은 인질의 무사 귀환을 위해 자신도 돕겠다고 강조했다.
에밀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당일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 내 친구 집에서 잠을 자다가 납치됐다.
에밀리는 당초 하마스의 기습 직후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아버지 토머스 씨는 이에 미국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죽음이 차라리 축복일 수 있다”며 통곡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하마스로부터 고문, 학대 등을 당하느니 고통 없이 눈을 감는 게 차라리 낫다는 취지였다. 그는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옆에 에밀리를 묻기 위해 장례식도 준비했다.
같은 달 31일 대반전이 일어났다. 이스라엘군이 ‘참사 현장에서 에밀리의 시신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생존 가능성을 제기했다. 토머스 씨는 딸의 무사 귀환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거듭했고, 결국 에밀리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양측의 인직 석방 합의로 이달 25일 이집트 라파 국경을 통해 이스라엘에 돌아왔다.
8일 전인 17일 생일을 맞은 에밀리는 아버지와 9번째 생일도 축하할 수 있게 됐다. 토머스 씨는 BBC 인터뷰에서 “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말을 찾을 수 없다. 딸의 구출해주고 그간 우리 가족을 위로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오열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에밀리를 포함해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은 13명, 태국인 인질은 4명이 등 총 17명이다. 모두 여성과 어린이였다. 이들은 하마스가 합의에 따라 인질 석방을 시작한 후 2번째로 풀어준 사람들이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납치됐던 13세 소녀 힐라 로템처럼 가족을 놔둔 채 혼자만 풀려난 이들도 있다. 이에 풀려난 인질의 가족 대부분이 토머스 씨와 마찬가지로 “납치된 사람들이 전부 돌아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인질 석방 후 교전을 재개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5일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이 종료되는 즉시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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