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간의 전쟁이 50일 가까이 이어지자 영국에선 유대인을 향한 공격이 급증하는 가운데 수도 런던에선 이러한 반(反)유대주의 움직임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시민단체 ‘반유대주의 반대 캠페인’(CAA)이 주최한 26일(현지시간) 시위에는 경찰 추산 5만여명이 모여 런던 도심을 행진했다. 시위대는 ‘유대계 영국인과 연대하자’ ‘반유대주의자에겐 무관용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손에 들었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영국 내 파시스트들이 1936년 당시 유대인 밀집 지역이었던 런던 동부 지역에서 행진하던 도중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충돌했던 이른바 ‘케이블 스트리트 전투’ 이후 87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휴전을 촉구하는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가 개최돼 경찰 추산 4만5000명이 런던 한복판에 집결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사진을 든 채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런던 왕립 재판소에서 출발해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진행된 가두행진에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에 참석한 음악치료사 오메르 플로트니아르츠(37)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10월7일 새로운 현실에 눈을 떴고 이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우리는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살인을 외치러 나온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사랑은 당신의 증오보다 강하다’는 스티커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플로트니아르츠는 “우리는 단지 누군가의 아기와 아내, 형제·자매가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싶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여행사 직원 케이트 워스는 로이터에 “이번 행진을 통해 사람들이 이 나라엔 인종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며 “지금 유대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대인 자선단체인 ‘커뮤니티 시큐리티 트러스트’(CST)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지난 15일까지 약 40일 동안 영국 전역에서 유대인을 상대로 발생한 증오범죄는 1324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봤을 땐 510% 급증한 것으로 1984년 해당 단체가 사건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이스라엘에선 1200명이 살해되고 240여명이 가자지구로 억류됐다. 이에 군사적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 축출을 목표로 표적 공습과 지상 작전을 전개했다가 지난 24일부로 사흘간 휴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날 기준 하마스 억류 인질 약 63명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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