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우크라 병력난 심각…“양보단 질과 두뇌로 싸우자”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27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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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후 어느덧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면서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1월의 어느 날, 우크라이나 수도 신병 모집 센터 앞에 남성 네 명이 줄을 서 있다. 이 남성들 가운데 오직 1명 만이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했다.

이 남성은 올해 34세인 중고차 판매자 올렉산드르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지인 5명을 잃은 아픔을 겪었으며,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자발적으로 입대했다.

올렉산드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동원 통지서를 받았다. 이 중 2명은 건강 문제로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1명인 42세 영업 관리자 예벤은 “(징집을 피해) 숨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내가 무엇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FT는 이날 모병 센터의 풍경에 대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모병소에 줄을 섰던 수천 명의 자원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한 대기 줄이었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최고 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은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선의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예비군 증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잘루즈니 장군은 이와 별도로 기고문을 통해 “그러나 우리 영토에서 예비군을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며 “러시아가 훈련소를 타격할 수 있다. 또한 우리 법에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틈이 존재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선별적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 BBC 조사에 따르면 약 2만 명의 우크라이나 남성이 출국 금지령을 무시하고 출국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출국 허가를 받았다. 지난 8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뇌물을 받고 병역 면제를 발급한 혐의로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 육군 모병 책임자를 해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병력을 모집하고자 길가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징집을 회피하는 남성들을 단속하고 있다. 만약 징집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징집소로 끌려간다.

잘루즈니 장군은 통일된 징집 대상자 명부를 구축하고자 현재 당국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 동원된 인력을 숙련된 최전선 부대에 배치하여 준비시키는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병력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연합서비스의 선임연구원 잭 와틀링은 전선에 배치한 우크라이나 군인과 서방동맹국으로부터 훈련받은 군인의 평균 나이가 18~24세가 아닌 30~40세라고 짚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문제가 병력의 양이 아닌 “대규모 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질과 능력”이라고 꼬집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프란츠-스테판 게이디 선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는 최고의 신체 조건을 갖춘 보병이 필요하다”며 “이 분쟁이 참호 시스템에서 도보로 싸우는 소규모 보병 교전으로 정착되면서 보병에 대한 신체적 요구 사항이 까다로워졌다”고 분석했다.

폴란드 기반 그룹인 로찬컨설팅의 콘라드 무지카 이사는 “우크라이나는 소모전에 초점을 맞춘 러시아식 전쟁 방식을 채택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군사 생산부터 더 큰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를 능가할 것”이라 진단했다.

이러한 지적에 우크라이나는 젊고 의욕적이며 어느 정도 교육 수준을 갖춘 신병을 모집하고자 지원자들을 참호전에 투입하는 것이 아닌 자기 능력에 맞는 역할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드론과 같은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를 위해 더 많은 IT 전문가를 유치하겠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목표로 알려졌다.

최근 나탈리아 칼미코바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채용플랫폼 ‘helobbyx.com’과 계약을 맺어 신병들이 자기 능력에 알맞게 주특기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 경험이 가장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특정 부대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또한 최전선에서 한 달 내내 복무하는 병사는 월급 3000달러 이상을 받게 된다. 이는 평균 급여가 월 500달러 미만인 우크라이나에서 높은 수준이며, 후방에서 복무하는 병사의 월급 650달러보다도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최전방 지휘관인 비탈리 마르키우는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 잠재력을 실현할 수 없는 역할로 내몰리는 소련식 징병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양이 아닌 질과 두뇌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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