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동안 가자 지구 주민들 표정
무너진 집엔 손주들 옷가지만 남아
휴전 4일 째에도 구호품 전달 안 돼
일시적으로 총성이 멈춘 가자 지구에서 주민들이 오랜만에 가족들 소식을 확인하고 생필품을 마련하고 바닷가에 나가 즐기는 등 일상을 회복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시티에서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는 모함마드 알-아크라스(35)는 45일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을 처음 만났다. 휴전이 시작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부인과 자녀들을 만났다. 그는 “몇 시간뿐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집을 떠나 옆 마을로 피신했던 다린 은세이르(46)는 집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집을 찾았으나 손주들 옷 몇 벌만 가져올 수 있었다. 폭격으로 집 벽체가 무너진 때문이다.
그는 휴전기간 동안 인도주의 구호품이 보급된다고 들었는데 휴전 4일 째인 27일까지 식품도 연료도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구호품이 온다고 하는데 마지막 날까지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모든 것이 부족…밤잠 잘 자는 것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
전과 달라진 유일한 일이 밤잠을 잘 수 있게 된 점이다. 그는 “4일 동안 스트레스 없이 잘 수 있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도 수십 가족들이 가자 남부 해변에서 주말을 보냈다. 어린이들이 물가에서 찰랑거렸고 모래놀이를 했으며 어부들이 투망을 했다. 전쟁 시작 이래 처음으로 일상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가자 주민들은 휴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이 끝나면 전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27일 2일 동안 휴전이 연장되면서 약간의 희망이 살아나고 있다. 은세이르는 “휴전이 길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알자지라 방송이 전한 일상 회복 모습을 요약했다. 빗속에서 사람들이 줄 서서 물통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 데이르 알발라시의 시장이 붐비는 모습, 파괴된 집을 찾아왔다고 무너진 벽 사이에 앉아서 차와 커피를 홀짝이는 주민들 모습 등이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 시티는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되면서 주민들도 거의 피신한 상태다. 후삼 키드라처럼 포화에 갇혀 피신 못한 사람도 있다. “형제들은 남부로 피신했지만 굳이 가야할 이유도 없다. 아무 곳도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길거리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면서 사람들이 당나귀로 시신들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도시 전체가 무너졌다. 남아 있는 생명체가 없다”고 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토마토는 값이 전쟁 전의 6배로, 식수는 5배로 올랐다고 했다. 그는 휴전이 끝나더라도 집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어디로 가든 죽을 수 있다. 가자시티든 남쪽이든. 폭격이 없는 곳이 없다”면서 남쪽에서도 많이 숨졌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초토화된 가자 시티 길거리에 시신 즐비
마흐무드 바살 가자 민병대 대변인은 가자 시티 길거리에서 수습한 시신이 150구가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장비와 도구가 없고 굴착기 연료도 부족해 시신 발굴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자시티는 50년 이상 후퇴했다. 지금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전쟁이 끝나도 이곳에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샤이마 미크다드(37)는 휴전이 시작되자마자 가자시티의 숙모 집을 찾았으나 일가족 15명이 폭격으로 숨졌다고 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30살의 의사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스스로 헤쳐 나왔다고 했다.
그는 “통신이 끊겨 숙모 가족들이 숨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휴전이 시작된 뒤에야 시신 수습에 나섰다고 했다.
그는 “휴전 연장 소식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최소한 숨진 사람들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을 때까지라도”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