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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it blow my head off?” (김치가 내 머리를 터지게 할까)
한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재미있는 발언입니다. 찰스 3세 국왕은 런던 인근 한인타운을 방문해 김치를 선물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운 김치를 먹고 머리가 터질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만 외국인은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blow head off’(머리가 터지다), ‘burn tongue’(혀를 태우다), ‘nose run’(콧물을 흘리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진짜 머리가 폭발할 리야 없지만, 외국인들은 이렇게 상상하는 것입니다.
영국인의 유머 감각을 ‘dry humour’라고 합니다. 듣는 순간 바로 웃음이 터지는 미국식 유머와 달리 영국식 유머는 의미를 파악하려면 약간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비꼬는 풍자성도 강합니다. 국왕이 만찬에서 언급한 ‘강남스타일’ 개그입니다. 자신은 고리타분한 사람이라서 가수 ‘싸이’ 히트곡 같은 최신 유행에 둔감하다고 한탄하는 내용입니다, “Sadly, when I was in Seoul all those years ago, I am not sure I developed much of what might be called the Gangnam Style.”(오래전 한국에 갔을 때 강남스타일이라고 할만한 것을 개발했는지 자신이 없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일 년에 1번, 많아야 2번밖에는 국빈 방문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그만큼 공을 들입니다. 태극기와 영국 유니언잭 국기가 휘날리는 호스가즈 광장의 황금마차 행진, 곰털 모자를 눌러쓴 왕실 근위대의 절도 있는 사열식, 한국어로 “Wihayeo!”(위하여)를 외친 국왕의 건배사까지 ‘royal welcome’(로열 웰컴)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royal welcome‘은 ‘극진한 환대’를 말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왕실이 환대한 것이니까 진정한 의미의 ‘로열 웰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많은 지도자들이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영국 국빈 방문. 역사적으로 화제가 됐던 영국 국빈 방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Oh, bad luck.” (아이고, 재수 없게도)
홍콩 반환 문제로 중국과 사이가 나빴던 영국은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관계 회복에 나섰습니다. 2015년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양국 관계를 “golden era”(황금기)라고 규정하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시 주석을 펍에 초대해 맥주잔을 부딪쳤습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여왕이 시 주석 방문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입니다. 일명 ‘여왕 핫마이크 사건’입니다. 이듬해 한 행사에서 여왕과 런던 경찰국장의 사적 대화 내용이 마이크에 잡혔습니다. 여왕은 시 주석 방문 때 경호를 책임졌던 경찰국장이 “재수 없는 일”을 맡았던 것을 위로했습니다. 시 주석 대표단이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여왕은 방문 협상 과정에서 무례한 요구를 하며 “방문을 취소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중국 관리들을 “extraordinary”(이상한 사람들이야)라고 꼬집었습니다.
여왕의 ‘뒷담화’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는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유지하려면 양쪽 모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래도 여왕은 아들에 비해 나은 편입니다. 찰스 국왕은 중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홍콩 반환식 때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중국 관리들을 보고 이렇게 뒤에서 투덜거린 것이 나중에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A group of appalling old waxworks.”(끔찍하고 오래된 밀랍인형 집단)
The last noted American to visit London stayed in a glass box dangling over the Thames. A few might have been happy to provide similar arrangements for me.” (런던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미국 유명 인사는 템스강에 매달린 유리 상자에서 지냈다. 나에게도 비슷한 대우를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개시 6개월 뒤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10만 명이 런던에 모여들어 부시 대통령과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습니다. 시위 구호로 다채로웠습니다. ‘stop the war’(전쟁 반대)에서부터 it’s about the oil, George’(석유 때문이지, 조지), ‘world’s number one terrorist’(세계 제일 테러리스트), ‘this is a jolly bad show’(이거 정말 볼썽사나운 쇼잖아)까지 영국식 유머가 가미된 다양한 시위 구호가 선보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반미시위 2종 세트인 허수아비(effigy)와 계란 세례(egging)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시위대는 트래펄가 광장에 부시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끌어내려 짓밟았습니다. 6개월 전 미군이 바그다드 광장에서 사담 후세인 동상을 끌어 내린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시위대가 던진 계란은 다행히 피했습니다. 영국 경찰은 시위 진압에 역대 최대 비용 800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여왕이 베푼 만찬에서 영국인들의 반감을 농담으로 풀었습니다. 데이비드 블레인이라는 미국 마술사가 템스강에 매달린 유리 상자 속에서 44일간 물만 먹고 지탱하는 묘기를 선보인 직후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the last noted American”은 블레인을 말합니다. ‘note’(노트)에는 ‘메모하다’라는 뜻 외에 ‘주목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noted’는 ‘유명한’이라는 뜻입니다. 블레인처럼 자신을 허공에 매달아 놓고 고생시키고 싶어 하는 영국인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영국 방문에서 험한 꼴을 당한 미국 대통령은 부시만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2명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이 크든 작든 수모를 당했습니다.
This is clearly a foolish document that does not in any way reflect UK government or Foreign Office policy or views.” (이것은 영국 정부나 외교부의 정책,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어리석은 서류다)
2010년 영국 정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을 발표했습니다. “historic”(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16세기 가톨릭 신자였던 영국 헨리 8세가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이혼 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영국 국교 성공회가 설립됐습니다. 교황이 처음으로 영국에 발을 디딘 것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입니다. 하지만 이때는 초청 주체가 영국 가톨릭교회였습니다. 영국 정부의 초청으로 국빈급 대우를 받은 것은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인 교황 방문은 영국 외교부 직원의 사소한 장난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Popegate’(교황 게이트)라고 알려진 사건입니다. 교황 방문팀 소속의 외교부 주니어급 직원 2명은 ‘ideal pope visit’(이상적인 교황 방문)이라는 제목의 서류를 작성해 외교부와 총리실에 돌렸습니다. ‘교황이 영국에서 환영받기 위해 해야 할 일들’ 목록에 교황 브랜드 콘돔 시판, 낙태병원 설립, 동성결혼 주재, 아동 성추행 핫라인 개통 등이 포함됐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를 비꼰 것입니다. 문제의 직원들은 서류 작성의 목적을 “to amuse”라고 해명했습니다. 재미 때문이라는 벌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서류가 언론에 유출되자 영국 정부는 난리가 났습니다. 서류 내용은 교황 방문 반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등이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서류를 읽고 기겁했다”라면서 “유치하고 불경스러운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외무부 명의로 교황청에 전달된 사과 성명 내용입니다. 외무부는 문제의 직원들을 강등시키고 일정 기간 해외 파견을 금지했습니다. 교황은 예정대로 영국을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1971년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히로히토 왕은 영국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1921년 첫 방문 때 에드워드 왕세자와 골프를 쳤고, 영국식 차 문화를 배웠습니다. “happiest time of my life”(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회고했습니다. 50년 후 다시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맞는 영국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그 사이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영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워 막대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당시 일본군 수용소에 갇힌 영국과 영연방 포로는 20여만 명에 달했습니다.
일왕을 태운 마차가 행진하는 길가를 가득 메운 것은 참전 군인과 실종자 가족이었습니다. 환호하는 군중은 없었습니다. 침묵이 흐르는 행진이었습니다. 일부 군중은 ‘Colonel Bogey’(보기 대령) 행진곡을 나지막하게 휘파람으로 불었습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곡으로 유명한 보기 대령 행진곡은 전장으로 떠나는 영국군을 격려하기 위해 군악대가 연주했던 곡입니다.
여왕은 만찬에서 뼈있는 환영사를 했습니다. “We cannot pretend that the relations between our two peoples have always been peaceful and friendly”(우리 두 나라의 관계가 언제나 평화롭고 우호적이었던 것처럼 가장할 수는 없다). 일왕은 과거사 언급 없이 양국 우호를 강조하는 답사를 했습니다.
Nasty Nip in the Air.” (고약한 일본인의 기운이 감돈다)
영국 유명 풍자잡지 ‘프라이빗 아이’(Private Eye)가 일왕 방문에 맞춰 실은 기사 제목입니다. ‘nip’(닙)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살갗을 집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nip tuck’(닙턱)이라고 합니다. ‘집을 곳은 집고 넣을 곳은 넣는다’라는 뜻입니다. ‘차가운 기운’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추운 날 외출하면 냉기를 확 느끼는 것을 ‘nip in the air’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대문자 ‘N’의 ‘Nip’입니다. 일본인을 가리키는 비속어입니다. 일본의 일본식 발음 ‘Nippon’(닛폰)에서 유래했습니다. 일왕이 오자 공기 중에 불온한 기운이 감돈다고 비꼰 것입니다. 아랫줄 제목은 더욱 도발적입니다. ‘bandy knees’(밴디니즈)는 ‘안짱다리’라는 뜻입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인터넷 기반으로 제공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말합니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속속 이용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본형 서비스의 경우 월 사용료가 10∼11달러에서 12∼14달러로 올랐습니다.
Consumers Fed Up With Streaming Service Price Hikes.”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인상에 뿔난 소비자들)
요금 인상을 지적하는 기사 제목입니다. 소비자들이 ‘fed up’(페드업) 했다는 것입니다. ‘화가 난’이라는 뜻으로 ‘angry’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annoyed’ ‘frustrated’ ‘irritated’ ‘exasperated’ 등 많습니다. 대부분 ‘ed’로 끝나는 단어들입니다. 외부의 충격 때문에 정신이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fed up’입니다. ‘fed’는 ‘feed’(피드)의 과거분사 수동형입니다 ‘feed’는 ‘먹이를 주다.’ ‘공급하다’라는 뜻입니다. ‘up’은 ‘가득 채우다’라는 의미입니다. ‘fed up’은 물릴 정도로 가득 공급받는다는 것입니다. 화가 나는 데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fed up’은 너무 많이 경험해서 질릴 때 씁니다. 미국 영화에서 “I’m fed up with cleaning up after you”라고 화를 터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가 벌여놓은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것이 신물 난다”라는 대사입니다.
‘hike’(하이크)는 ‘increase’보다 상승 폭이 가파를 때 씁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몇 차례 요금을 올렸습니다. 인상에 질린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해지합니다. 미디어업계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53%는 지난 6개월 동안 1개 이상의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1월 25일 소개된 영국 앤드루 왕자 논란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 영국 왕실 가족이 총출동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카밀라 왕비 부부, 윌리엄 왕세자-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 부부, 앤 공주 등이 참석했습니다. 국왕의 동생인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는 없었습니다.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그는 미성년자 성추문 때문에 왕실 직위를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성폭행 논란이 영국을 뜨겁게 달구던 때 앤드루 왕자는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지만 태도 논란 때문에 인터뷰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아까 한 말과 지금 하는 말이 다르고, 진행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1시간 내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의혹을 해명하러 나온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한 사이였던 그는 엡스타인의 주선으로 미성년 여성들과 성관계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Without putting too fine a point on it.”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직설적으로 말해서’라는 뜻입니다. ‘put a fine point’는 ‘세세하게 파고들다’라는 뜻입니다. 미성년 여성과의 성관계를 묻는 질문에 앤드루 왕자는 “탁 까놓고 말해 남자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어떻게 함께 밤을 보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겠느냐. 나는 그 여성에 대한 기억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횡설수설에다가 남성 우월적 시각까지 논란이 됐습니다.
There’s a slight problem with the sweating.” (그 땀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앤드루 왕자와의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은 그가 “얘기하거나 밥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렸다”라고 했습니다. 그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앤드루 왕자의 반박입니다. slight’(슬라이트)는 ‘사소한’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반어적으로 쓰였습니다. 여성의 주장이 중대하게 틀렸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은 땀이 안 나는 무한증(無汗症)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앤드루 왕자의 비서는 “대머리 치료제 부작용으로 무한증이 됐다”라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I would describe as a constant sore in the family.” (이 문제는 가족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
자신의 문제 때문에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앤드루 왕자의 주장입니다. ‘sore’(쏘어)는 ‘염증’ ‘고통’을 말합니다. 하지만 앤드루 왕자의 동정심 유발 작전은 별로 표를 얻지 못했습니다. “가족에게 고통을 줄 일을 애초에 왜 했느냐”라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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