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도쿄의 한 사찰에 남아 있는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의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주말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여러 사례를 조사해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도쿄 사찰인 조조지(增上寺)가 소장한 ‘불교 성전 총서 3종’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선정했다.
불교 성전 총서 3종은 중국 남송 시대(12세기)와 중국 원나라 시대(13세기), 한국 고려 시대(13세기) 당시 대장경 목판으로 찍은 불교 인쇄물이다. 각각 5342첩, 5228첩, 1357권이다.
서 교수는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으로, 다른 나라에서 기원한 기록물에 대해 등재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일본의 등재 추진 자체를 막을 명분은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다만 “‘불교 성전 총서 3종’이라는 명목하에 세계인들이 마치 기원을 일본 불교로 오해하지 않도록 ‘고려대장경은 한국의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도록 끝까지 확인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향후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해 명확히 밝히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에 포함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나가사키현 군함도(하시마·端島) 탄광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려 나가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서 교수는 아울러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본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등재 후보로 올렸다는 것”이라며 “전쟁 책임 관련 기록은 배제하고 피해만 부각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끝까지 살펴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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