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보도…자민당 간부 시절 깅리치 美 前 하원의장 면담
자리에 UPF 재팬 수장 동석…기시다 측 "깅리치와 면담 인식"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을 지내던 2019년 10월 14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우호단체 수장과 면담한 바 있다고 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일본을 방문 중이던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 등과 자민당 본부에서 면담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통일교 우호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 재팬 수장 가지구리 마사요시(梶栗正義) 의장도 동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주로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정세를 논의했다. 면담은 약 30분 이상 실시됐다.
이 때 가지구리 의장은 기시다 총리에게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지구리 의장의 아버지인 가지구리 겐타로(梶栗玄太?)는 제12대 통일교 일본 회장을 지낸 바 있다. UPF는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1920∼2012) 전 총재와 한학자 현 총재가 창설한 단체다.
신문이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면담 경위, 내용을 질문하자 “사적인 대화였다”고 답했다. UPF 재팬을 통해서 가지구리 의장 측에게 사실 관계를 질문했으나 답변은 없었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 사무실을 통해서 가지구리 의장과의 면담에 대해 여러번 문의했으나 “깅리치와의 면담이라는 인식이었다”고 답변했다. 가지구리 의장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총격 사건으로 통일교에 대한 거액의 헌금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총격범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일 헌금으로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긴 조사 끝에 지난 10월 13일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통일교가 조직적, 지속적이며 부당한 헌금을 받는 등 많은 신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며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이후 통일교와 접점이 확인된 의원이 장관직을 사임하는 등 정계와 통일교의 유착 문제도 불거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8월 내각개조(개각)를 실시하며 통일교와 관계를 점검하고, 재검토하는 점을 수용한 인물을 각료로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은 해당 단체와는 관계가 없다”고 표명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통일교 등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의 지시로 자민당은 지난해 9월 당 소속 의원과 통일교 관계에 대해 점검했다.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의장을 제외한 소속 의원 379명 가운데 180명이 접점이 있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당시 명단에는 기시다 총리의 이름은 없었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 측이 가지구리 의장에 대한 설명을 회피하고, 불성실한 답변을 내놓았다며 “총리가 이런 대응으로는 당이 내세운 ‘교단 측과의 결별’에도 물음표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설명 책임을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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