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우회상장 열풍 후폭풍
거품 꺼지며 위워크 등 주가 급락
뉴욕증시에서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이른바 ‘동전주(penny stock)’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2021년 시장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상장한 스타트업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3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1년 2월 주가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진 미 주식은 4개 종목뿐이었지만 2022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0일 기준 592개로 최근 3년간 최고치를 찍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만 보면 2021년 7월 동전주 수는 2개에서 지난달 15일에 497개로 3년래 가장 높았다.
동전주 수가 급증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초저금리로 스타트업 상장 열풍이 불었다가 거품이 꺼진 탓으로 분석된다. 당시 엄격한 상장 심사를 피하기 위해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을 통한 우회상장이 유행했다.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도 2019년 상장 실패 후 2021년 스팩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했다가 동전주로 전락한 상태다. 2021년 8월 스팩 상장한 자율주행차 센서 기업 에이아이(AEye)는 상장 이후 주가가 98%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빅테크 실적 상승으로 나스닥 지수가 올 들어 37% 급등한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나스닥에는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의 상장을 취소하고 퇴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취소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이의 신청 과정 등으로 최소 1년 이상 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 WSJ는 “애플 같은 우량주가 거래되는 나스닥에서 위험한 동전주가 함께 거래되는 것은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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