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보도…자민당 간부 시절 美깅리치와 면담
자리에 전 미국 통일교 회장, UPF 재팬 수장 동석
최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관 단체장과 면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전 미국 통일교 회장과도 면담했다는 보도가 5일 나왔다.
앞서 지난 4일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을 지내던 2019년 10월 14일 통일교 우호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재팬 수장 가지쿠리 마사요시(梶栗正義) 의장,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 등이 자민당 본부에서 면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5일 아사히는 이 자리에 전 미국 통일교 회장이자 현 UPF 인터내셔널 회장인 마이클 젠킨스도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사진도 입수해 제시했다. 면담 당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4명이 인물이 나란히 서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왼쪽부터 가지쿠리 의장, 깅리치 전 의장, 기시다 총리, 젠킨스 회장이 모두 웃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신문은 “이외에도 (다른 사진에는) 면담 중으로 보이는 모습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은 약 30분 이상 실시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주로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정세를 논의했다. 가지쿠리 의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UPF는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1920∼2012) 전 총재와 한학자 현 총재가 창설한 단체다. UPF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에 약 150개 이상 지부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젠킨스 회장은 2000~2009년 미국 통일교 회장을 역임했다. “우호단체(UPF)에 큰 영향력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지구리 의장의 아버지인 가지구리 겐타로(梶栗玄太郞)는 제12대 통일교 일본 회장을 지낸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아사히의 보도에 대해 “수 년 전 자민당 정조회장 시절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저 자신이 전(前) 일본 외무상이라는 관계로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때 많은 동행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 중 누가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명함 교환을 했는지 어떤지, 동행자 분과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통일교 전 미국 회장, 유관단체장을 면담했다는 보도는 이미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4일 발표한 여론조사(2~3일 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8.9%로 내각 출범 후 최저치를 찍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총격 사건으로 통일교에 대한 거액의 헌금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총격범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일 헌금으로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긴 조사 끝에 지난 10월 13일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통일교가 조직적, 지속적이며 부당한 헌금을 받는 등 많은 신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며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이후 통일교와 접점이 확인된 의원이 장관직을 사임하는 등 정계와 통일교의 유착 문제도 불거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8월 내각개조(개각)를 실시하며 통일교와 관계를 점검하고, 재검토하는 점을 수용한 인물을 각료로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은 해당 단체와는 관계가 없다”고 표명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지시로 자민당은 지난해 9월 당 소속 의원과 통일교 관계에 대해 점검했다.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의장을 제외한 소속 의원 379명 가운데 180명이 접점이 있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당시 명단에는 기시다 총리의 이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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