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를 찾아 한일 경제연합체 구성을 제안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미일 정·관·학·재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연합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에너지 분야에서만 수백조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등 경제 전반에 막대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미들버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포럼 개회사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는 사실 자유무역협정(WTO) 체제에서 많은 이득을 누렸다. 하지만 더이상 우리는 그러한 이점을 누릴 수 없고, 공급망 문제의 어려움에 맞춰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 회장은 “두 시장은 실제 경쟁자가 아니다”며 “배터리와 공급망, 반도체 등 많은 분야에서 서로에게 보완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도쿄포럼에서도 “한일 양국이 경제연합체를 구성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룰 세터(rule setter)로 전환해 가자”고 제안했는데, 미국에서도 같은 화두를 던진 것이다.
저출산 등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 경제가 접점을 늘리고 보폭을 맞출 경우 여러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최 회장의 구상이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 중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국내 경제 잠재성장률이 너무 떨어져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며 “이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는 얘기가 되고, 경제가 살아나 붐외 되면 투자가 많이 들어온다는 얘기고, 투자가 많이 들어온다는 건 경제활성화와 잠재력 등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각도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반도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시너지가 제일 큰 것은 아마 에너지”라며 “양쪽은 가장 큰 에너지 수입국인데, 두 나라가 구매부터 사용까지 통합하는 형태로 하게되면 프로그램 몇개만 돌려도 아마 단언컨데 수백조까지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운, 조선부터 시작해 철강 이런 것도 다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보인다”면서 “제조업에 관련된 데이터 같은 것들을 공유하면 관련된 인공지능(AI)을 통해 제조업이 업그레이드되고,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커진다. 따로도 가능하지만 스케일이 훨씬 커지면 그만큼 비용은 낮아지고 파괴력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일본이 갖고 있는 장비, 재료와 한국이 생각하는 반도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제안했다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당장 실무그룹이 발족하기보다는 학계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협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도 다른 해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 방안을 추진해 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거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했다.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는 최 회장 제안과 관련해 취재진에 “매우 좋은 생각”이라며 “지금은 한·일 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일 경제협의체 구성을 위한 좋은 환경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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