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작가-언론인 헬바위
“통신 끊긴 가자에 e유심 지원”
전세계 호응… 17억원 모아 공급
이스라엘, 가자남부에 탱크 투입
“인터넷 연결은 신의 축복입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을 구할 수 있었어요.”
이집트 작가 겸 언론인 미르나 엘 헬바위(31·사진)가 최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에 올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게서 받은 감사 메시지다. 가자지구 한 가족이 그가 기부한 전자 유심(USIM) ‘e심’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이스라엘군의 남부 공습 소식을 접한 뒤 살고 있던 건물을 빠져나와 목숨을 구했다는 것. 그 건물은 직후 공격받아 파괴됐다.
헬바위는 이스라엘군이 진입을 본격화하던 올 10월 27일 가자지구의 인터넷 통신망이 끊겼다는 보도를 접했다. 공습으로 기지국이 파괴되며 통신 두절과 복구가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가자지구에 스페이스X 스타링크를 통해 위성 인터넷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곧 취소했다.
당시 헬바위는 ‘통신이 끊기면 전황이나 가족끼리 생사 확인도 어려울 텐데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해외 로밍 서비스가 가능한 e심 기부를 추진했다고 3일 미국 CNN 방송에 밝혔다. 77만 명의 팔로어를 둔 그가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고민을 띄우자 한 팔로어가 해법을 제안한 것이다.
얼마 뒤 e심을 구매한 헬바위는 e심을 작동시키는 QR코드를 가자지구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보냈다. 마침 이를 받은 그 친구는 이후 통신이 다시 끊겼을 때 성공적으로 e심을 작동시켜 헬바위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헬바위는 10월 29일 인스타그램에 e심을 가자지구에 기부하자는 ‘#커넥팅가자(#ConnectingGaza)’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130만 달러(약 17억 원) 상당의 e심이 여러 경로로 전달돼 가자지구 주민 약 20만 명이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헬바위는 “인터넷에 접속할 권리는 음식과 물만큼이나 중요한 인권”이라며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와 대규모 교전을 벌였다. 남부 도시 칸유니스 인근에선 이스라엘군 탱크 수십 대가 목격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테러 기반시설을 모두 제거할 때까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전쟁으로 하마스 대원 5000여 명 등 팔레스타인인 1만5000여 명이 숨졌다는 보도에 “대략 수치가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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