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사우디-UAE 4년만에 방문
중동戰-유가하락 공동대응 논의
외신 “친미 산유국들 순방 주목”
美상원 ‘우크라 지원예산’ 부결… 바이든 “푸틴에 최고의 선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제재 속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찾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회동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까지 만나 ‘오일 블록’과의 유대를 다졌다. 그가 사우디와 UAE를 방문한 건 2019년 10월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미국의 고립 시도에도 러시아에는 여전히 곳간이 두둑한 파트너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와 사우디 등이 올해 수차례 추가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대책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다.
● “무엇도 우호관계 발전 못 막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범죄 혐의로 올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해외 순방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사우디, UAE 모두 ICC 미가입국이라 ‘안전국가’라는 점이 고려됐다. 또 이번 순방에는 러시아 수호이(Su)-35S 전투기 4대가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를 호위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시작하며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어떤 것도 양국의 우호 관계 발전을 방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중동 지역 정세와 관련해 “(양국이) 정보와 평가를 교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양국 협력이 중동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다음 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자”라고 제안하자 “물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화답했다. 두 사람은 회담에 더해 만찬까지 이어가며 유대를 과시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도 찾았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전용기 계단을 내려오는 푸틴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며 환영했다. 아부다비 까스르 알 와탄 궁전에서 예포 21발을 발사하고 러시아 국기 색상인 빨강·하양·파랑 연기를 내뿜는 에어쇼를 선보이며 예우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2022년 양국 무역이 68%가량 증가했고 올해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중동 국가와의 무역 관계를 강조한 것은 서방의 제재가 심화돼도 러시아에는 여전히 부유하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있음을 서방에 내보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 바이든 “우크라 예산 불발, 푸틴에 선물”
사우디와 UAE는 중동에서 ‘친미 진영’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고,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놓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불편한 기색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틈을 노려 산유국들과 밀착을 시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만남이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참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올해 미국의 반발에도 몇 차례 추가 감산에 합의했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공동 대응이 긴요해지는 상황이었다.
중동 국가들을 끌어들이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옅어지고 있다. 미 상원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600억 달러)을 포함한 안보 패키지 예산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51표로 부결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 전 백악관 연설에서 “(야당) 공화당 의원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최고의 선물을 기꺼이 주려 한다”며 승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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