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권 2인자’ 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의 비자금 조성 혐의란 추가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야권의 사퇴 요구를 이처럼 일축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집권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으로 모금한 돈 일부를 몇몇 의원에게 뒷돈으로 주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 수사와 관련해 언론에 처음으로 이름이 거명된 현직 각료가 마쓰노 장관이다. 그는 최근 5년간 1000만 엔(약 9100만 원) 이상의 비자금을 받고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마쓰노 장관은 2019~2021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계 의원들을 뜻하는 아베파의 사무총장도 지냈다. 아베파가 최근 5년간 비자금으로 빼돌린 돈 또한 1억 엔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방장관은 총리를 직접 보좌할 뿐 아니라 매일 2회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의 주요 정책을 알린다. 매일 아베 전 총리는 물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역대 총리 상당수가 관방장관을 거쳐 총리에 올랐을 정도로 내각의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이날 국회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泉健太) 대표는 “죄의식이 없는 것인지,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비자금이 시스템화됐나”라며 마쓰노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1980년대 일본을 강타한 정경 비리 ‘리크루트 사태’에 빗대 21세기판 리크루트 사태로 비화할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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