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학살’ 주장 학생 징계 유보
1300억 기부 철회 등 반발에 물러나
‘원론 답변’ 하버드 총장도 사퇴 압박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주장한 학생을 징계할 것이냐는 미국 의회 청문회 질문에 답변을 유보해 반(反)유대주의 옹호 논란에 휩싸인 미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자진 사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이후 미 주요 대학 내 이른바 진보적 학생들의 반유대주의 주장에 대한 주류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사진)은 이날 “학교의 중요한 사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교수진, 학생, 직원, 졸업생 및 지역사회 구성원과 협력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매길 총장은 5일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 및 반유대주의 확산 관련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질의를 받았다. 그는 “그런 위협이 (말뿐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어 ‘유대인 제노사이드(인종 대량학살)를 부추기는 게 유펜 행동 강령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 매길 총장의 답변이 반유대주의를 옹호했다는 비판이 교내외에서 이어졌고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유펜 온라인 청원에 2만6000명 이상 서명했다. 유펜 거액 후원자 로스 스티븐스 스톤리지자산운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억 달러(약 1300억 원) 기부를 철회하면서 총장이 교체되면 결정을 재고하겠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매길 총장은 6일 “유대인 학살 주장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폭력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며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 4일 만에 물러났다.
당시 청문회에서 같은 질문에 매길 총장과 비슷한 원론적 답변을 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샐리 콘블루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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