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챗봇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미국 선거운동에 처음 도입됐다. 사람 대신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 정책을 설명하고 유권자 질문에 답한다.
국내에서는 허위 정보 유포 등을 우려해 선거 90일 전부터 딥페이크(AI를 활용한 이미지, 영상 합성)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규제 틈새를 활용한 AI가 전화 선거 캠페인에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펜실베이니아주 제10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샤메인 대니얼스 민주당 후보가 생성형 AI 챗봇 ‘애슐리’로 당내 경선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12일 보도했다. AI에 기반한 전화 선거 캠페인은 최초다. 애슐리는 일반 자동응답방식(ARS) 전화와 달리 녹음된 문장만 얘기하지 않고 유권자 프로필을 분석해 맞춤형 대화를 진행한다.
20개국 언어에 능통한 애슐리는 “제 이름은 애슐리이고 대니얼스 후보의 의회 입성을 위한 AI 자원봉사자”라고 밝히면서 통화를 시작한다. 통화 상대방이 후보 업적이나 공약을 물으면 애슐리는 즉각 답변을 내놓는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공화당 스콧 페리 의원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연관됐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니얼스(후보)는 민주주의 수호에 전념하고 있다”며 그를 에둘러 비판한다. 준비되지 않은 질문엔 선거 캠프 관계자를 바꿔주겠다고 한다. 대니얼스 후보 측은 현재 애슐리가 하루 수만 통 전화를 거는데 연말까지 하루 수십만 통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니얼스 후보는 “이 기술은 선거운동 성격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선거비용을 줄이고 유권자 특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신인에게도 폭넓은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슐리 전화를 받은 한 유권자는 “물어보기 불편한 사안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생성형 AI가 대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비윤리적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선거 캠페인에서 AI 사용 규제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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