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사진)가 13일 최근 논란이 된 집권 자민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 의심을 받는 상황을 초래해 매우 유감이다”라며 사과했다. 이번 의혹에 연루된 각료들을 14일 교체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언급하거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해 사퇴 압박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임시국회 폐회를 계기로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자민당 체질을 일신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기시다파의 비자금 의혹, 파벌정치 개혁 등에 대해서는 “우선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 후 내각 총사퇴 가능성을 묻는 말에도 “지금은 앞의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당 안팎은 물론이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의 낮은 지지율에 비자금 논란까지 겹치면서 기시다 총리 사퇴 압박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 이어 기시다파도 수천만 엔(약 수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아베파 인사를 물갈이해도 현 사태를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의혹의 중심에 있는 관방장관, 경제산업상 등 아베파 각료 4명과 차관급 5명, 당 고위 간부 일부를 14일 교체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소폭 개각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고자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에게 장관직을 제의받은 당내 여러 다선 의원이 잇달아 고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새 관방장관으로는 기시다파에 속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전 외상이 기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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