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하고, 내년 0.25%포인트(p)씩 3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밝힘에 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차주들의 빚 부담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은행에서 3억원을 빌린 차주의 경우 내년 기준금리 인하분만큼만 금리가 떨어져도 월이자가 2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먼저 반영해 은행채 금리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이를 준거금리로 삼는 시중은행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상품도 등장했다.
연준은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내년 3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내년 기준금리 인하 폭은 0.75%p를 제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 또는 그 근처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시사했다. FOMC 참석자 19명 중 17명도 2024년 말에는 정책금리가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찌감치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에도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 중이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한 달 전인 11월14일 4.463%에서 이달 13일 4.046%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 달 전까지 4%대였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도 최근 연 3%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연 4.03~6.436% 수준이었던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달 11일 연 3.66~5.962%로 낮아졌다.
그동안 고금리에 시달리던 대출 차주들은 일단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에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취약차주 이자부담 완화를 위한 ‘상생금융’을 추진 중이고,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도 앞두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미국과의 금리인하 시차 등을 고려하면, 국내 금리 인하는 급진적이기보단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뒤, 내년 하반기쯤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3억원을 연 4.75%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한 달에 은행에 내는 이자만 118만원에 달한다. 만약 내년 연준이 예고한 기준금리 인하분(0.75%p)만큼만 대출금리가 인하되더라도 해당 차주의 월이자는 98만원으로 20만원가량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있지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인하 상황, 상생금융 추진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보다는 금리인하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내년부터 차주들의 빚부담도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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