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마쓰노 前관방 등
아베파 4명 개각에도 여론 악화
자민당 집권 첫 10%대 지지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일본에서 현직 총리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자민당이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이래 11년 만에 처음이다. 총리와 집권당 지지율 합이 50% 밑이면 정권이 붕괴된다는 이른바 ‘아오키의 법칙’을 적용하면 기시다 정권은 이미 퇴진 수준을 넘었다.
14일 발표된 일본 지지통신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17.1%, 자민당 정당 지지율은 18.3%를 기록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지지율(4.4%)이 워낙 낮아 총선을 통한 정권 교체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지만 자민당 파벌 비자금 조성 의혹이 커지면서 기시다 정권을 향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을 비롯한 당내 최대 파벌 아베파 장관 4명과 차관 5명 전원을 비(非)아베파로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날 정권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는 자민당 기시다파 좌장이자 한일 관계 개선 논의에 참여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사진) 전 외상이 퇴임 3개월 만에 기용됐다. 하야시 장관은 “기시다 총리로부터 어려운 상황이니 도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라면서도 “성심성의를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부터 올 9월까지 외상을 지낸 하야시 장관은 기시다 총리 뒤를 이어 자민당 온건 세력을 이끌 인물로 꼽혀 왔다. 만만치 않은 정치적 영향력에 기시다 총리와 같은 파벌이라 당내 견제 분위기가 커서 다른 파벌은 물론이고 기시다 총리도 애초 관방장관 1순위로 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유력 후보들이 관방장관 제의를 잇달아 고사하자 결국 하야시 장관에게 맡기는 ‘돌려막기 인사’가 이뤄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하야시 장관 기용을 고육지책으로 평가하며 “파벌 협력이 얼마나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인사 우여곡절로 총리 구심력이 더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야시 장관은 지한파로 꼽히지만 정권 위기 상황에서 한일 관계 등에 신경 쓸 여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도부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비자금 수십억 원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아베파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아베파 전 각료를 비롯해 비자금 의혹에 연루된 국회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참고인 조사, 서류 검토 위주로 진행되던 검찰 조사는 조만간 파벌 사무소 및 주거지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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