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극우정당 돌풍 속 난민에 등돌리는 유럽
출신지에 따라 대우 다른 유럽 난민정책
우크라 난민, 망명 안해도 취업 가능… 중동 난민은 난민 인정에만 수년
종교-인종 차이, 무슬림 테러가 영향
“우크라이나인은 유럽인이며 똑똑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자국에 우크라이나 난민이 오는 것을 환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라데프 대통령은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고 테러범일 수도 있었던 과거 (중동계) 난민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최근 AP통신은 라데프 대통령 같은 유럽 각국 지도자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보는 시선이 2015년 유럽으로 대거 몰려 왔던 시리아 난민을 보는 태도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백인이며 기독교권인 우크라이나 사람에게는 온정적이지만 종교와 인종이 다른 중동, 북아프리카 출신의 무슬림 난민에겐 상당히 적대적이라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2017년부터 이달 13일까지 재임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전 폴란드 총리는 1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수용했다. 폴란드 국경보안대 또한 이 난민들에게 식사, 담요, 쉼터를 제공했다. 반면 중동 난민은 종종 구타하거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과 중동계 난민이 받는 처우 또한 ‘극과 극’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4월 난민에 대한 ‘임시보호 명령’을 사상 최초로 발동했다. EU 역외 국가에서 온 난민에게 거주 허가증을 발급하고 취업 교육을 하고 병원 치료 등의 복지 혜택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은 공식적인 망명 신청을 하지 않아도 최장 3년간 EU에 머물 수 있다. EU 주요국에서 취업하는 것도 가능하고 미성년자 난민은 해당 국가에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난민들은 난민 인정을 공식적으로 받는 데만 최소 수년이 걸린다. 그리스의 한 난민접수센터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은 로이터통신에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은 아직도 난민촌 텐트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고 일부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은 모든 나라에서 환영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관리 또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인은 백인이고 기독교인이기에 (비백인 난민과) 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시인했다.
유럽 전반의 반(反)러시아 감정이 깊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타리크 아부샤디 유럽정치 부교수는 WP에 “많은 유럽인이 러시아의 제국주의식 확장을 반대한다. 이에 따른 피해를 입어 조국을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럽 곳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철민 한국외국어대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 교수는 “기존 난민으로 인한 유럽 곳곳의 사회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 공격으로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 또한 난민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강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다만 유럽 내 우크라이나 난민의 수가 시리아 난민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 난민에 대한 유럽 사회의 사뭇 다른 태도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에 따르면 5일 기준 유럽 내 우크라이나 난민은 약 590만 명이다. 시리아 난민은 최대 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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