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올해에만 7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양국 정상 주도로 한일관계 개선이 진행돼왔다.
17일 외교 소식통은 “현재 한일 관계는 향후 일본 정권이 바뀐다고 손바닥처럼 뒤집힐 성격이 아니다”라며 “양국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촉발된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했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안보협력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도 “자민당 내 어떤 지도자도 한미일 협력과 관련해 다른 노선을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차기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현 노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민당 내 강경보수 파벌인 아베파가 최근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며 타격을 입은 만큼 한일 관계 등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안 발표 후 일본에 요구해온 ‘성의 있는 호응조치’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기시다 내각은 10%대의 지지율로는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위한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내각을 두고 외교성과에 매달리다 민생을 다소 소홀히 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만큼 일본 정부든 기업이든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뛰어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급락, 아베파 붕괴 위기 등 현 일본 정치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올 때 기시다 총리처럼 화답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파 위기에 대해선 “자민당 내 강경한 주장이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올 때 관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은 “일본의 국내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한국으로서는 좋다”며 “일본의 불안정한 상황이 심해지면 자칫 ‘한국 때리기’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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