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지방정부, 직원들에 지시
자국산 이용률 높여 경기부양 의도
삼성전자의 점유율 증가 어려울듯
LG-SK 등 애플 협력사들도 타격
중국이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등 외국산 휴대전화 금지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 와중에 정보 유출 우려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자국산 제품 이용률을 높여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간접 지원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V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1, 2개월간 최소 8개 성(省)의 국영기업 및 지방정부 부처가 직원들에게 “중국산 브랜드의 전자기기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8개 성에는 세계 최대 아이폰 제조 공장이 있는 허베이성을 비롯해 소득 수준이 높고 경제가 발달한 남동부 광둥, 저장, 장쑤, 안후이성 등이 모두 포함됐다.
중국 당국은 앞서 올 9월에도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이를 넘어 외국산 휴대전화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 해외 기술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중국 국내 브랜드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해 한국 게임의 중국 공급을 막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 게임산업이 한국 게임업계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됐다.
중국이 2021년 3월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이용 금지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보 유출을 막는 동시에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IT 업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점유율은 2013년 19.7%에 달했지만 2021년 0.6%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1%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외국산 휴대전화 금지령 조치가 이어진다면 점유율 증가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에 대한 규제 역시 애플에 소재, 부품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국내의 주요 애플 협력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등이 있다.
LG이노텍의 올 상반기(1∼6월)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의 매출 비중이 75.1%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기준 연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비중이 30∼40% 안팎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 시장이 위축되면 국내 협력사도 여파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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