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의 인기 비결은 실용주의 중도 보수 입장”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9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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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발언 거듭하지만 실제 취한 정책은 중도 실용주의적
"극단적 아냐" 응답 57% 대비 "지나치게 보수적" 응답 27%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공화당 내년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인기의 비결이 공화당의 핵심인 보수적 주장을 이어가면서도 실제로는 실용주의적 중도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7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행한 유세에서 트럼프는 지금까지 유세에서 강조해온 내용들을 재차 부각했다.

◆법과 질서

“백악관에 복귀하는 첫날 바이든 정부의 모든 ‘국경 개방’ 정책을 제거할 것이다.”

민주주의 시장이 있는 도시들에서 범죄율이 높음을 강조하고 이민자들을 범죄자들로 묘사하면서 반이민자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직후부터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을 줄곳 공격해왔다. 기록적으로 증가하는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민자 억제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우리의 위대한 선거 승리가 즉각적으로 최대한 빨리 국경을 넘보는 수십 만 명의 불법 외국 이민자 무리를 멈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적들이 미국을 얕보도록 허용하는 취약한 지도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야 불법 이민자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공원에서 놀아도 얻어맞거나 추행당하거나 총을 맞지 않도록 치안을 복구할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미국의 도시들이 쇠락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미래가 범죄 때문에 암울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자신만이 “법과 질서”를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 시장이 있는 도시가 범죄로 만연돼 있음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와 경제

트럼프는 최근 “트럼프와 함께 더 잘 살자”라는 슬로건을 쓰면서 자신이 경제를 더 잘 끌어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짜증나는 조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악몽을 신속하게 끝내고, 미국 에너지에 대한 전쟁을 멈추고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것이다.”

트럼프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내 석유 생산을 늘려 유가 인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트럼프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억제하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도 비판적이다.

“모든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만들려 하는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첫날 못하게 하겠다.”

바이든 정부의 전기자동차 전환을 비판할 때 청중들이 환호한다. 트럼프는 청중들에 맞춰 비판의 방향을 수시로 바꾼다. 네바다에서 그는 전기자동차 전환 정책이 자동차 근로자들을 해친다고 말했고 아이오와에서는 전기자동차가 옥수수 등 작물로 만드는 에타놀을 위축시켜 아이오와의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 전쟁

논쟁적 사회 이슈에 대해 공화당 입장에 충실한 발언을 함으로써 함성을 끌어낸다.

“취임 첫날 비판적 인종 주장, 정신나간 트랜스젠더 등 우리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인종적, 성적, 정치적 주장을 교육하지 못하도록 대통령 명령을 내리겠다.”

이런 발언은 트럼프 지지 청중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를 끌어내는 내용들이다. 공화당원들은 “부모 권리” 강화 공약이 내년 대선에서 비도시 거주자들의 지지를 견인할 것으로 본다.

“백신 접종 의무나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과하는 학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내내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부정해온 트럼프는 스스로 워프 스피드(warp speed; 초고속) 작전을 통해 백신을 개발했음에도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 자유의 침해라는 공화당 기본 입장을 강조해왔다.

“여자 스포츠에서 남자를 쫓아내겠다.”

이 주장은 성별은 태어날 때 확정된다는 생물학적 성이론에 바탕한다. 트럼프는 이를 언급하는 정치인들이 놀랍다면서 성소수자 옹호 활동가들을 조롱한다. 위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성전환 여성 스포츠인의 성을 왜곡하는 것으로 비판한다.

◆보복과 과장

트럼프의 선거 연설에는 두 가지 불만이 빠지는 법이 없다.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4건의 기소가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당선하면 똑같이 갚아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급진 좌파 민주당,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 파시스트가 나를 기소할 때마다 영광의 메달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을 위해 기소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4건의 기소 사건에서 91건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4건의 배후에 있다고 강조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예수와 같은 정치적 성인이라고 묘사한다. 자신의 보수 지지자들을 앗아가려는 부패한 정적들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적들은 내가 여러분들이 자유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나의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

트럼프는 항상 자신이 좌파들의 공격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수호자임을 강조한다. 그는 이 발언 뒤에 항상 “결국 나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분도 기소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대통령 재임 때 의료정책, 대외정책, 통상정책 모두 실용주의 정책 추진

한편 트럼프가 선전하는 이유가 독재적 발언 보다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강조하는데 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콤팩트의 설립자 겸 편집인 매튜 슈미츠가 주장했다.

그는 이날 NYT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당시 말은 거칠게 하면서도 정책 결정은 중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의료정책, 대외정책, 통상정책에서 트럼프가 공화, 민주 양당의 극단적 주장을 배격하고 온건한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재임시 추진한 각종 정책을 평가하면서 NYT-시에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트럼프가 “양극단에 치우지지 않는다”고 답하고 트럼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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