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지’ 예멘 후티반군 공격
글로벌 10대 해운업체 중 9곳… 홍해 운항 중단하거나 멀리 우회
美 “민간선박 공격 배후에 이란”
중동전 불길 번져… 유가 다시 상승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이자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수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한동안 주춤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미국이 18일 다국적 함대를 홍해에 투입하기로 하는 등 안보 강화에 나서자 후티 반군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동전쟁의 불씨가 홍해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 美, 홍해서 다국적 안보작전 돌입
미국은 이날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 개시를 발표하고 홍해 순찰 강화에 돌입했다.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우선적으로 홍해 안보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달부터 12척 이상의 선박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무인기(드론) 공격을 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최근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은 교역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집단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후티 반군 최고정치위원회의 일원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이날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미국이 구성해 홍해에 파견할 어떠한 연합체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만 공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공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을 홍해 인근에 정박시킨 채 수송을 중단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이날 홍해 항로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HMM(8위)을 비롯해 프랑스 CMA CGM(3위), 코스코(4위), 하파그로이드(5위),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6위), 에버그린(7위), 양밍해운(9위) 등 세계 10위권 선사 가운데 9곳이 홍해 통과를 중단하거나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가 홍해를 통해 이동한다.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기간은 15일에서 한 달가량 늘어난다. CNBC는 “연료 비용 상승과 배송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유통기한에 따른 폐기 물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제유가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밀렸던 국제유가는 다시 7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배후에 이란”
후티 반군은 예멘의 다수인 수니파에 대항해 1992년 북예멘에서 대두했다. 예멘 정부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반(反)미·반이스라엘 기치를 내걸고 활동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배후에 이란혁명수비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테러단체를 계속 지원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다.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지지 여론이 강한 예멘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이 같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에 선전포고를 한 뒤 지난달 20일부터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16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거의 없어 드론 공격만으로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홍해 선박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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