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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next life, I’m living in St Croix.” (다음 생에는 세인트 크로이 섬에서 살겠다)
며칠 후 2024년 새해를 맞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맞이는 매년 비슷합니다. 정치에서 벗어나 카리브해의 휴양지 버진아일랜드로 휴가를 갑니다. 자식 손주 모두 데리고 가서 자전거도 타고 골프도 치면서 보냅니다. 버진아일랜드의 세인트 크로이(St. Croix) 섬이 얼마나 좋은지 다음 생에는 이곳에서 살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연말이 되면 백악관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How will you ring in the new year?” ‘ring’은 ‘종을 치다’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새해에 종을 칠겁니까”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ring in the new year’는 ‘새해를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과거 새해를 맞을 때 교회에서 종을 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year’를 생략한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라는 단어도 연말연시에 나오는 단골 단어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12월 31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묻는 겁니다.
12월 31일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다음 해를 맞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날입니다. 대통령은 이날을 어떻게 보낼까요. 바이든 대통령처럼 휴가지에서 맞을 수도 있고,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연말 파티에 참석하느라 분주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일 삼매경에 빠져 새해가 밝는지도 모르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새해맞이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Thanks to you, they got a shot.” (여러분 덕분에 그들은 기회를 얻었다)
대통령이 가장 훈훈하게 명절을 보내는 방법은 해외 주둔 장병들을 찾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추수감사절을 택해 이런 행사를 엽니다. 미국에서 가족의 개념이 부각되는 명절은 역시 추수감사절입니다. 12월 31일에 해외 장병들을 찾은 대통령은 한 명 있습니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마지막 날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깜짝 방문했습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한 상태였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어수선한 시점에 전쟁이 벌어지는 위험한 나라를 방문한다고 하자 국민들은 놀랐습니다. 당시 소말리아는 내전 때문에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아와 내전에 허덕이는 소말리아에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평화유지군 2만 8000명을 파병했습니다. 작전명 ‘평화 회복 작전’(Operation Restore Hope)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파병 한 달도 안 돼 소말리아를 찾았습니다. 일을 마무리 짓고 물러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고 장병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군식을 배급받았습니다. 메뉴는 ‘No. 8: Ham slice with Accessory Packet A’(8번 군식: 슬라이스 햄과 부속 패키지A). 식당에서 조리돼 나오는 따뜻한 음식(hot meal)이 아닌 전투 때 먹는 비상식량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장병들을 위한 연설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shot’(샷)은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총 한 발’ ‘사진 한 방’이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씁니다, ‘시도’라는 뜻도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get a shot’은 소말리아인들이 미국의 지원 덕분에 살아갈 기회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Give it a shot!”이라고 하면 “한번 해봐!”라는 응원입니다
평화 회복 작전은 성공리에 끝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 색출을 위해 파견된 미군 정예부대 400여 명 중 1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블랙 호크 다운’ 사건입니다. 미국은 치욕적으로 철수했습니다. 애초에 소말리아 파병을 결정한 부시 대통령도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It’s yours.” (이제 여러분의 것이다)
중요한 외교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20세기가 끝나는 1999년 말 파나마 운하 소유권 이전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도 아닌 그가 국가적인 행사에 참석한 사연은 뭘까요.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는 파나마에 있지만 70년 동안 미국이 소유했습니다. 1900년대 초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동서 무역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길이었습니다.
운하를 찾아와야 한다는 운동이 파나마에서 일기 시작했습니다. 운하 주변에서 파나마 주민과 미군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1977년 인권 대통령으로 통하는 카터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정오 자로 소유권을 파나마로 이전하는 조약을 맺었습니다.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가 컸습니다. 상원 표결에서 아슬아슬하게 1표 차이로 통과됐습니다.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카터 대통령의 결정을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 하에 두는데 교두보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이전이 화제에 오르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소유권 이전식에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무 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못 간다고 했습니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20년이 지난 조약 당사자 카터 대통령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됐습니다. 파나마에서 열린 이전식에서 카터 대통령은 미국의 운하 이전 반대론자들을 “demagogues”(선동주의자들)라고 비판했습니다. 연설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yours”(여러분의 것)라는 단어로 파나마인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미국은 운하 이전 조약 체결 당시 중립 조약도 함께 체결했습니다. 운하는 중립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협정입니다. 이 조약은 나중에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할 때 법적 근거가 됐습니다. 1989년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이 운하를 영구 점령하겠다는 위협하자 미국은 협정 위반을 이유로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 장군을 축출했습니다.
I never, in my life, felt more certain that I was doing right, than I do in signing this paper.” (이 서류에 서명하는 것보다 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적이 없었다)
1864년 1월 1일 정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역사적인 노예해방 선언문(Emancipation Proclamation)을 발표하고 서명했습니다. 선언문을 위해 전날 소처럼 일했습니다. 1863년 12월 31일 링컨 대통령은 역대급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우선 내각 회의를 열었습니다. 선언문의 파장을 고려해 “발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반대하는 장관들이 많았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했습니다.
이어 영국 정부를 상대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남군 지원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를 막아야 했습니다. 영국 정부 대리인을 만나 남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성직자들을 만났습니다. 선언문 발표를 연기할까 봐 걱정하는 성직자들을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Tomorrow at noon, you shall know, and the country shall know my decision.”(내일 정오에 여러분과 국가는 내 결정을 알게 될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밤새도록 선언문 문구를 가다듬었습니다.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백악관 2층 집무실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기록은 적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대국민 새해 리셉션이 있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새해 첫날 백악관에서 일반 국민들과 악수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할 때쯤 링컨 대통령은 하도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해서 손의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선언문에 서명할 때 손을 떨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손을 떨거나 주춤하면 노예해방 의지가 흔들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명 직후 그가 남긴 말입니다. ‘not’ ‘never’ 등의 부정 뒤에 ‘more than’이 나오면 비교급을 써서 최상급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명언의 품격
4년 전 중대 전염병이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한동안 인류를 떨게 했던 코로나19 사태에서 12월 31일은 중요한 날로 기록됩니다. 2019년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원인 불명의 질병이 처음 보고됐습니다. WHO 웹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Description of the Situation: On 31 December 2019, the WHO China Country Office was informed of cases of pneumonia of unknown etiology (unknown cause) detected in Wuhan City, Hubei Province of China.” (상황 기술: 2019년 12월 31일 WHO 중국 사무소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사례들을 보고받았다)
‘pneumonia’(뉴머니아)는 ‘폐렴’을 말합니다. ‘etiology’(이디얼러지)는 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역사적인 보고 내용이지만 일주일 후인 2020년 1월 5일이 돼서야 WHO 웹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환자 44명이 발생했고, 우한 시장은 폐쇄됐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심각한 전염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Based on the preliminary information from the Chinese investigation team, no evidence of significant human-to-human transmission and no health care worker infections have been reported.”(중국 조사팀의 사전 정보에 따르면 중대한 인간 대 인간 전파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없고, 의료진 전염에 대한 보고도 없다)
1년 사이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정확히 1년 뒤인 2020년 12월 31일 WHO는 또 다른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첫 긴급 사용 승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발표 내용이 그날 즉시 WHO 웹사이트에 올랐습니다. 발표 내용도 어려워졌습니다.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today listed the Comirnaty COVID-19 mRNA vaccine for emergency use, making the Pfizer/BioNTech vaccine the first to receive emergency validation from WHO since the outbreak began a year ago.”(세계보건기구는 오늘 코미나티주 코로나19 mRNA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화이자/바이온테크 백신은 1년 전 발병 이후 WHO로부터 긴급 인증을 받은 첫 번째 백신이 됐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를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the Year of Taylor Swift)라고 밝혔습니다. 스위프트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여가수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그녀의 ‘Eras’(시대들) 콘서트는 14억 달러를 벌어들여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린 콘서트로 기록됐습니다. 미연방 은행이 스위프트 콘서트가 열리는 지역은 경제가 살아난다고 보고서에서 언급할 정도입니다.
경제뿐 아니라 언론도 스위프트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최근 그녀를 올해로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한 시사주간지 타임이 불티나게 팔리다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미국 잡지계가 모처럼 호황을 맞은 것입니다. 스위프트가 타임지 표지 인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전 주문량이 23만 부에 달했습니다. 가판대 판매까지 합치면 50∼70만 부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의 인물로 나왔던 지난해 타임지 커버호가 6만5000부 팔린 것과 비교가 안 됩니다. 미 대형 서점 반스앤노블스 잡지 판매 담당자의 말입니다.
We sell over 50,000 copies of Swift’s Time covers in a matter of days across all locations.” (스위프트 타임지 커버호를 전국 매장에서 불과 며칠 만에 5만 부를 팔았다)
‘matter’는 ‘문제’ ‘관심사’라는 뜻입니다. 전치사 ‘in’과 함께 쓸 때가 많습니다. ‘in the matter of’와 ‘in a matter of’를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in the matter of’는 ‘대해서’라는 뜻입니다. ‘in a matter of’ 다음에는 시간이나 수량을 말해주는 단어가 나옵니다. ‘불과’라는 뜻입니다. ‘the ambulance arrived in a matter of minutes’는 ‘구급차가 몇 분 만에 도착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스위프트가 나온 타임지 잡지가 그만큼 잘 팔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in a matter of’를 썼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4일 소개된 새해 인사입니다. 새해에 주변 친지나 회사 동료 등에게 인사를 건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새해 인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올해는 확실히 새해를 맞는 기분이 다릅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 듯합니다. 그렇다고 우울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새해 인사 카드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따듯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됩니다. 영어 새해 인사를 준비했습니다. 미국 유명 카드사 홀마크가 내놓은 새해 인사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산 것들입니다.
Whatever the new year has in store, we’ll be in it together.” (새해에 어떤 일이 펼쳐지든 함께 맞서자)
올해 새해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whatever’(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have in store’는 ‘앞에 닥치다’라는 뜻입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인사 1위라고 합니다.
May all your wildest dreams manifest. You got this!” (너의 허황된 꿈들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친구 사이 인사말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manifest dream’은 심리학 용어로 ‘잠재된 꿈을 현실화하다’라는 뜻입니다. ‘you got this’는 ‘너는 이걸 알아야 해’가 아니고 ‘너는 할 수 있어’라는 관용구입니다.
Wishing you and yours some well-deserved downtime and a very happy new year.” (휴일 잘 보내시고, 정말 좋은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직장 상사에게 전하는 인기 있는 새해 인사입니다. ‘you and yours’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이라는 예의를 갖춘 인사말입니다. ‘downtime’은 ‘break’과 비슷한 ‘휴식’이라는 뜻입니다, ‘downtime’은 예정된 휴식, ‘break’은 즉흥적으로 짬을 내서 쉬는 것을 말합니다. 휴식이나 휴가 앞에는 ‘well-deserved’라는 단어를 넣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누릴 자격이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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