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법원, 29년전 르완다 대학살 가담자에 ‘24년 형 선고’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2일 1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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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치하 분열로 80만명 사망한 '재앙'
29년 지났지만…이제라도 바로잡아야
르완다-프랑스 국교 개선 일환이기도

프랑스 파리 법원이 29년 전 르완다 대학살에 가담한 르완다 출신 의사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AP통신, BBC 등 외신은 20일(현지 시간) 파리 법원이 의사 소스테 무니에마나(68)에게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대량 학살, 반인도적 범죄, 학살 방조 등의 혐의로 24년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무니에마나는 1994년 4월부터 6월까지 80만 명이 사망한 대학살 현장에서 고문과 살인을 조직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르완다 대학살은 과거 르완다가 벨기에 식민 시절 다수 민족 후투족과 소수 민족 투치족으로 분리되며 쌓인 갈등이 폭발한 사건이다. 벨기는 투치족 관료를 앞세우는 차별 정책으로 내란을 조장했다. 르완다 독립 후 정권을 잡은 후투족은 식민 치하 기득권이었던 투치족을 학살했다.

무니에마나는 당시 학살을 조직한 임시 정부 지지 동의서에 서명하고 민간인을 ‘사냥’했다. 그는 르완다 남부 부타레에서 도로를 차단해 사람들을 검거하고, 살해 전까지 비인도적인 환경에 구금했다. 무니에마나는 임시 정부 수장이었던 장 캄반다 전 르완다 총리와 친구 사이기도 하다.

산부인과 의사인 그는 대학살 불과 몇 달 후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후 그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며 프랑스 르완다 커뮤니티가 1995년 그를 처음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르완다 간 국교 문제로 프랑스 검찰이 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는 데는 28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4년 프랑스는 르완다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후투족의 대학살 조짐을 알고도 군사를 지원해 비극을 방조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르완다 대학살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르완다와의 갈등이 커져 2006년 양국은 국교를 단절했다. 그러나 2009년 프랑스가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2019년 진상조사 위원회를 통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노력의 신호를 보이며 양국의 관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 또한 과거의 과오를 해결하고 외교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무니에마나는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한차례도 구금되지 않았으며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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