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돌풍속… 공화당원 “트럼프 NO” 민주당원 “새인물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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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美 대선]
美 뉴햄프셔 유세현장 가보니
최근 헤일리 지지율 상승 놓고, “많은 사람들이 덜 나쁜 후보 찾아”
헤일리 “트럼프 사면” 지지층 공략… 남북전쟁 원인 ‘노예제’ 뺀건 구설수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연단 위 서 있는 사람)가 지난해 12월 27일(현지 시간) 
북동부 뉴햄프셔주 소도시 벌린에서 연설하고 있다. 벌린(뉴햄프셔)=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연단 위 서 있는 사람)가 지난해 12월 27일(현지 시간) 북동부 뉴햄프셔주 소도시 벌린에서 연설하고 있다. 벌린(뉴햄프셔)=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해 12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소도시 벌린을 찾았다. 한때 미 최대 종이 공장을 보유했지만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인구가 약 2만 명에서 9000명으로 줄었다. 도심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파출소 옆 마을회관은 달랐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유세가 예정돼 있어 인파가 몰린 것이다. 헤일리 선거 캠프의 직원은 “예상보다 많은 이가 찾아왔다. 그의 지지율 급등세(surge)가 확인되고 있다”고 반색했다.

11월 5일 대선을 치르는 미국은 이달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시작으로 장장 11개월의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세로 공화당 내 ‘트럼프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 反트럼프 정서 힘입은 ‘헤일리 돌풍’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유세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가 “트럼프는 혼란을 가져온다. 여러분 모두가 알지 않느냐”고 하자 많은 이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현장에서 만난 공화당원인 60대 여성 진 델라니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한다. 그는 본인 입으로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다”며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다른 독재자를 추켜세운 것을 보면 농담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델라니 씨는 최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덜 나쁜 후보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부인과 함께 왔다는 민주당원 버니 마텔 씨(71)는 “4년 전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더 이상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정점을 지났다. 미국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어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한다면 헤일리를 지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도계 사업가 주긴더 싱 씨(53)는 뉴욕에서 무려 6시간을 운전해 이날 유세에 참석했다. 그는 “같은 인도계인 헤일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척 자랑스러울 것”이라며 “탄탄한 경쟁력을 가진 헤일리가 뒤늦게나마 주목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 ‘노예제 미언급’ 여진은 계속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한 주민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였다”고만 답해 구설수에 올랐다. 노예제라는 전쟁 발발의 본질을 끝까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유권자들은 노예제 역사를 의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비판적인종이론(CRT)’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들을 흡수하지 않고는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중도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북전쟁은 의심할 여지 없이 노예제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하루 뒤 유세에서도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그(트럼프 전 대통령)를 사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자를 포섭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벅 윌리엄스 씨(83)는 “종이 공장 폐쇄 후 내가 나고 자란 이 도시가 사라질까 걱정이 많다”며 “트럼프가 이 마을을 예전처럼 되돌려주면 좋겠다.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벌린#헤일리#돌풍#반트럼프 정서#버니 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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