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장 “AI, 인간 판사 대체 못해…법조계에 혼합된 축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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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사진)이 “인공지능(AI)이 법조계에 혼합된 축복을 가져다 준다”며 AI 사용 시 ‘신중함’과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콘텐츠 진위 논란, 개인정보 미보호 등의 우려가 크고 인간 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AI 활용이 확산돼도 상당기간 인간 판사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 연례 연말 대법원 보고서에서 AI 사용의 양면성을 짚었다. 그는 AI가 가난한 소송 당사자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법원이 사건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복잡한 법률 관련 서류를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쉽게 답해줄 수 있으며 각종 법률 연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그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진위 논란이 계속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각종 소송 등으로 결별한 마이클 코언은 최근 “트럼프 측이 실수로 내 변호사에게 AI가 만든 가짜 인용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일부 변호사가 AI를 활용해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 또한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연방 항소법원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 도구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변호사가 법률 문건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AI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 AI가 생성한 텍스트의 정확성을 인간 또한 검토했음 등을 증명하라는 것이 골자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또한 “법적 결정은 종종 인간의 판단을 적용해야 하는 ‘회색 영역’을 포함한다”며 판사만이 선고 시 피고인 발언의 진실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의 떨리는 손과 목소리, 억양 및 표정의 변화, 땀방울, 순간의 망설임, 눈맞춤 등의 미묘한 차이는 오직 인간 판사만이 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 사용 증가로 사생활 침해가 늘어나고 법을 비인간화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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