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1550t급 구축함 ‘알보르즈’가 예멘 인근을 지나 홍해에 진입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잇달아 서구 주요국의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31일 후티와 교전을 벌여 대원들을 사살하고 선박을 격침했다. 이 와중에 이란이 직접 나서 홍해 일대에서 서방과 교전을 벌이면 중동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알보르즈함은 최근 예멘 인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에 진입했다. 통과 시점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타스님통신은 “이란 군함은 2009년부터 이 지역에서 해적 행위 감시 등 항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일상적인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군의 견제가 심화하면서 이란이 홍해 일대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전함을 배치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또한 이란이 과거부터 후티에 무인기(드론), 순항미사일 등을 제공했으며 이 중 일부는 최근 홍해에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이스라엘에 선전포고를 했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또한 서구 주요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홍해 일대를 지나는 각국 민간 선박을 최소 23차례 공격했다.
이로 인해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자 미국은 후티와 직접 교전을 벌여 최소 10명의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세 척을 파괴했다. 영국 또한 후티에 대한 직접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란의 개입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경로로,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가 이곳을 지난다. 이란이 개입해 미군이나 영국군과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면 중동 전쟁의 확전은 물론이고 전 세계 물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홍해의 불안정한 상황이 가중됐다”며 세계 곳곳에서 필수 해상로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목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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