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3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닌 타국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 간부를 제거한 것은 처음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마스는 즉각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휴전 협정을 중단하겠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이며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모두 후원하는 이란 또한 보복을 거론했다.
이스라엘은 새해 들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저강도 작전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레바논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이스라엘 무인기가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공격해 아루리 등 6명이 사망했다. 아루리는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의 부관으로 하니예, 이번 전쟁을 주도한 군사 지도자 예히아 신와르에 이은 하마스 서열 3위로 꼽힌다.
그는 그간 레바논에 머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해 왔다. 이로 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전부터 그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니예는 즉각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인질 석방 협상 등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의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그간 협상을 중재하던 이집트 및 카타르에도 이를 통보했다.
헤즈볼라 또한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는 그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공격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감안할 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 곳곳을 미사일, 로켓 등으로 공격할 것이란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란 또한 외교부 성명을 통해 “아루리를 ‘암살’한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권을 침해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항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에 저강도 작전을 종용하는 와중에 레바논으로 전선이 확대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절실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 중단을 위해 물 밑에서 공을 들여 왔다.
미 국무부는 최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이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일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땅이며,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의 땅”이라며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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