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사슴 전쟁’…저격수까지 나섰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4일 10시 49분


록크리크 공원서 사슴 날로 증가…개체 수 집계 ‘불가’
환경단체 “사슴은 지구의 구성원, 살처분 말아야 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사슴 개체 수가 급증해 당국이 ‘사슴 전쟁’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D.C. 북부에 있는 록크리크 공원의 흰꼬리사슴 개체 수가 날로 늘고 있어 지역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2013년부터 사슴을 살처분하는 중이다. 당국은 공원에 경찰 특수기동대 소속 저격수 팀을 배치했다.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숲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록크리크 공원은 약 71만㎡ 규모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24%에 해당하는 크기다. 1890년에 설립됐으며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도 즐겨 찾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사슴은 1960년대에 처음 발견됐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개체가 급증해 당국은 집계를 포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때 멸종 위기였던 사슴이 현재 미국 전역에서 3000만 마리가 넘는다. 사슴은 대부분 미 동부에 서식 중이다.

사슴은 숲이 우거진 환경에서 번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 허드넷 전 미국 농무부(USDA) 야생 생물학자는 “포식자도 없고, 샤냥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먹이도 풍부한 환경이 이 사달을 냈다”고 말했다.

USDA는 구체적인 사슴 사냥법을 밝히길 꺼리고 있다. 닉 바르톨로메오 록크리크 공원 관계자는 “매년 11월부터 3월 말까지 진행하는 사슴 사냥을 위해 민간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며 “정보 공개로 임무가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사슴 사살을 반대하는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HumaneSociety)의 전 동물 보호 운동가 그루니왈드는 2012년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사슴 살처분을 막기 위한 소송을 걸었다.

그루니왈드는 “사슴을 매주 깎는 잡초처럼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슴도 지구의 소중한 구성원이다”고 말했다. 그는 피임과 같은 비살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실현 불가능’이란 답변을 내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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