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4일(현지 시간) 하루 전 이란 케르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의 준동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중동 정세에 또 다른 불길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IS는 4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우리 소행”이라며 “IS 대원 2명이 군중 속에 잠입해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테러를 행한 대원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약 970km 떨어진 남부 케르만의 순교자 묘지에서는 2020년 1월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리던 도중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80여명이 숨지고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 인명피해다.
IS와 이란은 같은 이슬람이지만 IS는 수니파로, 이란은 시아파로 종파가 달라 서로 적대해왔다. 2017년 IS가 이란 테헤란에서 테러를 저질러 민간인 18명을 숨지게 하자, 이란 역시 IS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소탕작전을 벌여왔다.
앞서 테러 발생 직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을 천명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란과 우호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IS 또한 하마스와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날 성명에서 하마스를 향해 “(이란, 헤즈볼라 등이 속한) 시아파 단체와 협력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7년 미국 주도 소탕작전으로 인해 조직이 거의 와해됐던 IS가 중동 내 혼란을 틈타 조직을 재건하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컨설팅기업 수판그룹의 테러 전문가 콜린 클라크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아프가니스탄에 잔존해있는 IS 분파인 ‘IS 호라산 (IS-K)’이 이번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시아파의 설계자로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은 매우 상징적이며 (IS의 목표 달성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4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지도자를 사살한 것도 일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날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근거지를 둔 친이란 민병대 ‘하카라트 알누자바’의 수장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사살했다”며 “자위권 차원의 공습이었다”고 밝혔다.
미군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응을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각각 2500명과 900명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IS 소탕을 위해 이라크에서 정부군 및 소수민족 쿠르드족과 협력하고 있다.
IS의 이 같은 발표 후 주한국 이란대사관은 5일 “케르만에서의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비판 성명을 공개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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