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들 일제히 “트럼프 면책 특권 주장 기각될 듯”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10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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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뒤 처벌 가능” 트럼프측 주장에 판사들 반박 상세 보도
“특수부대에 정적 살해 명령도 탄핵 없으면 처벌 안되나” 반문
“유죄 판결 뒤에야 면책 소송 제기 가능하다는 주장 있다” 강조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기도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연방항소법원에서 대통령 면책 특권을 주장했으나 법원이 기각할 전망이라고 9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후보의 면책 특권 주장을 기각할 것으로 보여 트럼프 관련 소송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의 판사 3명이 트럼프가 출석한 재판에서 존 사우어 트럼프측 변호사에게 질문 공세를 폈다. 판사들은 대통령이 정적을 살해하도록 군대에게 명령해도 상원이 탄핵하지 않으면 면책된다는 사우어 변호사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일한 공화당 정부 임명 판사인 카렌 헨더슨 판사도 트럼프측 주장의 핵심에 반대하는 모습이었다. 바이든에 대한 패배를 뒤집으려 한 트럼프의 노력이 대통령의 선거법 집행을 보장하는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따라 면책 대상이라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헨더슨 판사는 “법률 집행을 보장하라는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따라 형법을 위반해도 좋다는 주장이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판사들 사이에 이견도 드러났다. 헨더슨 판사가 트럼프의 면책 특권을 전면 배척할 경우 당파적인 기소가 봇물을 이룰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헨더슨 판사는 사건을 타냐 축탄 판사에게 반려해 트럼프의 행동이 공적 행위인지 아니면 사적 행위인지를 판단하도록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결정은 선거를 앞두고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트럼프측에 도움이 된다.

연방항소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에 상고될 것이 분명하다.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한 재판 진행 속도와 결과에 따라 트럼프에 대한 선거 개입 재판 등 다른 3건의 트럼프 재판의 가능 여부와 시작 시점이 결정된다.

◆출석 안 해도 되는 트럼프, 변호인들과 상의하고 판사 노려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방항소법원 재판에 출석할 의무가 없었다. 짙은 곤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한 트럼프는 변호인석 오른쪽 끝에 앉아서 윌 샤프 변호사와 소곤거렸다. 또 민주당 정부 임명 판사인 미셸 차일즈 판사와 플로렌스 팬 판사가 사우어 변호사를 심문할 때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판사들을 노려봤다.

제임스 피어스 정부측 검사가 발언할 때는 트럼프와 변호인들이 서로 메모를 주고받기도 했다.

대통령 면책권 재판은 3개월여 전에 시작됐다.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축탄 판사가 트럼프 측의 면책권 부여 청구 소송을 기각했고 트럼프측이 항소하자 본안 재판을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는 면책 특권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을 노리지 않는다. 재판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뒤로 지연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대선 승리 뒤 자신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도록 명령하거나 스스로 사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사우어 변호사가 미국 법원이 200년 이상 대통령 재임 시의 행위에 대해 재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자 헨더슨 판사가 트럼프가 기소되기 전까지 법원은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해 범죄 여부를 심리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헨더슨 판사는 그러나 선거 사건을 법원이 다루면 앞으로 대통령의 재임중 행위에 대한 처벌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사우어 변호사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자 피어스 검사가 트럼프가 일탈 행위를 저질렀으며 그를 처벌하는 것이 당파적 기소를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어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뒤 사면을 받은 이후부터는 대통령도 재임 중 행위에 대해 형사 기소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팬 판사와 차일즈 판사도 트럼프의 면책 주장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밝혔다.

팬 판사가 사우어 변호사에게 “대통령이 사면을 팔고 군사 비밀을 팔고 실 팀 6(미 해군의 최고 특수부대)에게 정적을 살해하도록 명령해도 탄핵되지 않으면 면책되느냐”고 묻자 사우어 변호사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피어스 검사는 대통령이 군대에 명령해 정적을 살해해도 탄핵되기 전에 사임하기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팬 판사는 또 사우어 변호사가 대통령이 공식 업무에 대해 탄핵된 뒤에야 면책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주목했다. 팬 판사는 트럼프측의 광범위한 면책 주장은 법원이 탄핵된 대통령에 대해서만 판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차일즈 판사는 연방항소법원이 면책 문제에 대한 판결 권한이 없다는 사우어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가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야 면책 특권 관련 항소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변호사와 검사 모두 법원이 신속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은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재판 지연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

트럼프는 지난 8일 밤 보낸 선거자금 모금 이메일에서 자신이 재판 때문에 선거 유세를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재판 때문에 유세가 방해받음을 강조하려는 행동이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투표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8일 밤을 버지니아주 스털링 골프장에서 보낸 뒤 여러 대의 경호 차량과 함께 법원에 나타났다.

재판이 끝난 뒤 트럼프는 판사 3명이 모두 퇴정할 때까지 재판정에 남아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들을 둘러본 뒤 변호사들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서 옆문을 통해 빠져 나갔다.

이후 그를 태운 차량들이 몇 블록 떨어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자신이 대통령 때 소유, 운영했던 이 호텔에서 트럼프는 “정적 기소는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나라가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기소를 비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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