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상사태 선포에 조직적 반발
대통령, 軍 투입 명령… 전원 체포
마약 밀매 갱단 두목들 잇단 탈옥
마약 밀매 갱단으로 악명 높은 남미 에콰도르가 군병력까지 투입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지만, 마약조직의 반발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대법원장 자택에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에콰도르 경찰에 따르면 9일 현지 최대 도시인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갑작스레 무장괴한 13명이 들이닥쳤다. 얼굴을 가린 채 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이들이 방송 진행자 등을 위협하는 장면은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긴급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군을 투입해 폭력집단에 맞서도록 명령했다. 무장 괴한은 현장에 출동한 에콰도르 군과 경찰에 의해 1시간여 만에 모두 체포됐다.
이번 사태는 7일 “에콰도르 역대 최악의 범죄자”로 불리는 갱단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하며 촉발됐다. 이에 노보아 대통령은 다음 날 “에콰도르인들이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갱단들이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의 집 앞에서 폭탄 테러를 벌이는 등 전국에서 약 30건의 차량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 2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9일에는 로스 초네로스와 쌍벽을 이루는 ‘로스 로보스’의 두목 파브리시오 콜론피코까지 탈옥에 성공했다. 이를 전후로 6개 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동시에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에콰도르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국가적 명운이 달렸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 에콰도르는 수십 년간 마약을 운송하는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갱단의 위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강력한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건설운동당 대표는 지난해 8월 정치인과 범죄조직의 유착을 끊겠다고 선언했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7일 탈옥한 마시아스가 암살을 지시한 사건 배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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