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친미반중 승리]
이념 탈피 2030세대 지지 받아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뒤 완주
대만 제3정당 세력화 성공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사진) 후보는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당선인의 ‘장외 승리 주역’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협상 결렬 후 완주해 제3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다 표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분산시켜 라이 당선인에게 도움을 준 셈이다.
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6.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만 언론 롄허보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 때의 지지율 21%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20, 30대 유권자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의 오랜 양당 체제를 깨고 ‘제3정당의 세력화’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커 후보는 라이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이다. 대학병원에서 30년 가까이 외과의사로 근무해 종종 ‘커 교수’로 불린다. 부인도 산부인과 의사다. 2014∼2022년 수도 타이베이에서 무소속으로 재선 시장을 지내며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의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타이베이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2019년 민중당을 창당했고 올해 총통 선거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후보 등록 직전 허우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방침에 합의했지만 집권 후 권력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다. 국민당 지지자는 이런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하지만 젊은층에서는 “각각 친(親)중, 반(反)중 이념만 강조하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모두 지겹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타이베이 시민 천잉잉(陳穎穎·22·여) 씨는 “커 후보는 탐오(貪染·탐욕과 오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시장 재직 당시 회의록을 전부 공개했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커 후보는 13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일요일인 내일(14일)도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겠다”며 차기를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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