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되자 예견됐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현지 언론이 꼬집어 짚은 5월 20일은 라이 당선인의 총통 취임식이 열리는 날. 앞으로 약 4개월 동안 중국과 대만의 주요 정치행사가 예정돼, 당선인이 총통 관저에 입성하기 전부터 거센 파도가 연달아 밀어닥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경고등은 이미 빗발치고 있다. 라이 당선인은 15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장관 등 미국 비공식대표단과 만나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해 벌써부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같은 날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밝혀 묘한 기류를 짐작케 했다. 전날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은 “대만 독립 추진은 죽음의 길”이란 강경 메시지도 내놓았다.
①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연례회의
첫 번째 파도는 다음달 춘제(春節·중국 설 명절) 직후 열릴 예정인 국무원(행정부) 대만사무판공실의 첫 연례회의다. 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만사무판공실은 해당 조직은 이 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대만 정책 초안을 마련한다. 다시 말해, 여기서 어떤 정책과 표현을 내놓는지를 보면 향후 중국이 취할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14일 아프리카 순방 중에 내놓은 입장문은 이를 가늠할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는 “대만 지역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 세계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존재한다”며 “대만 독립 추진은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②중국전국인민대표회의 & ③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3월 초 하루 이틀 사이에 열리는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흔히 둘을 합쳐 ‘양회’라 부른다. 중국공산당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전후로 중국이 강력한 압박을 시도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먼저 열리는 정협은 각계 전문가들이 대만 정책을 구상해 전국인대에 보고한다. 이후 전국인대는 주요 관련 정책을 확정하고 별도 성명 등을 발표할 수 있다. 뭣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이 핵심 행사인데, 여기엔 대만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포함된다.
지난해는 “대만의 분리 독립을 반대하고 조국 통일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란 통상적 수준의 발언만 나왔으나, 올해는 기조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대만을 포위하는 등 군사적 압력을 행사하는 카드도 배제할 수 없다.
④라이 당선인 취임식
마지막 시점은 5월 20일 라이 당선인 취임식 전후다. 중국은 이미 총통 선거 직후에 “재집권한 민진당은 대만 다수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를 빌미로 라이 당선인의 취임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취임식에 외국 사절이 참석할 경우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나우루의 대만 단교 선언은 이런 맥락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작은 섬나라지만 나우루가 빠지면서 대만의 수교국은 이제 과테말라와 파라과이, 바티칸, 팔라우 등 12개국밖에 남지 않았다. 취임식 전에 수교국 숫자를 더 줄여 라이 당선인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수 있다. 라이 당선인은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로라 로젠버거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이 포함도니 미 비공식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이제 세계의 대만”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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