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총통 취임까지 4개월… 中 주요 정치행사 줄줄이 예정
내달 中국무원 메시지가 첫 시험대… 3월 양회 전후 강력 압박 가능성도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대만과 단교”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되자 예견됐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라이 당선인은 15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해 벌써부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같은 날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밝혀 묘한 기류를 짐작하게 했다. 전날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은 “대만 독립 추진은 죽음의 길”이란 강경 메시지도 내놓았다.
● 라이 당선인 美 대표단 만나… 中 반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완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우루 공화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단교 의미를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톈중광(田中光)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나우루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1980년 공식 수교한 이후 2002년 단교했다. 그 후 3년 뒤인 2005년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 당시 국교가 재개됐다가 19년 만에 다시 단교하게 됐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과테말라 파라과이 바티칸 팔라우 등 세계 12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라이 당선인 취임과 맞물려 대만 압박을 위한 중국의 외교 행보가 지금보다 더 가속화되면 대만 수교국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이 당선인은 같은 날 미국의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 “미국이 계속해서 대만을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미 대표단은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됐다. 라이 당선인은 이들을 만나 “대만은 이제 ‘세계의 대만’”이라며 “대만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들리 전 보좌관은 “대만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에 빛나는 모범이 됐다”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확고하고 원칙적이며 초당적”이라고 화답했다.
● 라이 취임까지 양안 ‘4개의 파고’
이날 대만 중앙통신사는 “5월 20일까지 대만은 ‘4개의 시점(時點)’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4개월 동안 이 시점들마다 대만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명절) 연휴 직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국 국무원(행정부) 대만사무판공실의 첫 연례 회의다. 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만사무판공실은 이 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대만 정책 초안을 마련한다. 여기서 얼마나 강도 높은 정책과 표현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대만 압박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3월 초에 예정된 중국공산당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두 회의를 합쳐 ‘양회’라고 부른다. 전국인대에서는 주요 정책을 확정하고 별도의 성명 등을 발표할 수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게 되는데 여기서 대만 관련 언급이 반드시 포함된다.
네 번째는 5월 20일 예정된 라이 당선인 취임식이다. 중국은 이미 “재집권에 성공한 민진당이 대만 다수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빌미로 라이 당선인의 취임 자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또 만일 취임식에 외국 사절이 참석할 경우 중국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만을 포위하는 등 군사적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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