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10개월 레이스 개막… 첫 경선 아이오와 르포
트럼프 “미국인 구할 유일한 주자”… 헤일리 “美, 혼돈에서 벗어나야”
민주당은 우편투표로 경선 바꿔
15일(현지 시간)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 막을 올린다. 그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을 이곳에서 대면으로 실시했지만 올해는 민주당이 경선 방식을 우편투표로 바꾸면서 공화당만 주(州) 내 1657개 코커스장에 당원들이 직접 모여 투표한다.
공화당의 지지율 1위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커스를 하루 앞둔 14일 주도(州都) 디모인 인근 인디애놀라에서 유세를 하고 압승을 자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조 바이든(대통령)의 재앙으로부터 미국인을 구할 유일한 주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약 300만 명인 아이오와주 인구의 90%가 백인이고 자신의 주 지지층이 고령 백인층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선 안 된다. 죽도록 아프다면(sick as a dog), 투표하고 죽으라”는 말까지 던졌다. 혹한을 뚫고 반드시 투표장에 와서 자신을 찍으라고 당부한 것이다.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는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도 막판 총력전을 벌이며 ‘트럼프 대세론’에 도전장을 던졌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늘 혼돈이 뒤따른다”며 거친 언행과 태도로 악명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자신을 찍으라고 외쳤다.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일각에서 경선 조기 사퇴설이 제기된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 나라를 위해 변화를 만들어 달라. 나를 지지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아이오와주 코커스는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코커스 전 여론조사 때 1위를 한 주자가 실제로 이곳에서 1위를 하면 대세론에 탄력이 붙었다. 또 예상 못 했던 주자가 1위를 하면 돌풍의 근원지가 됐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에서 큰 격차로 1위를 하면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하는 본선 구도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보러 2300km 달려와”… 체감 영하 37도에도 유세장 긴줄
[2024 美 대선] 美대선 첫 경선 아이오와 르포 트럼프 유세장 수용 인원 4배 몰려… “부패-무능한 바이든 정권 끝내자” 공화 유력 정치인 줄줄이 지지 선언… 헤일리-디샌티스 州곳곳 돌며 유세
“여러분을 보니 눈폭풍의 영향은 ‘제로(0)’입니다. 내일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조 바이든 정권을 끝냅시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州) 인디애놀라의 심프슨칼리지 강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여 외치자 지지자들이 미국의 정식 국명(國名)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며 환호했다. 최근 일대에 혹한과 눈폭탄이 몰아쳤음에도 최대 수용 인원이 약 200명에 불과한 강당에 지지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어림잡아도 800여 명은 돼 보였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도 “유에스에이”로 화답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첫 관문인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열린 인디애놀라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도였다. 강풍 등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37도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혹한으로 당원들의 참가가 저조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지만 빗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유세가 시작되기 3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길게 줄을 서 대기했다. 성조기가 새겨진 캠핑 의자를 들고 가장 앞에 선 블레이크 마넬 씨는 인디애놀라에서 약 2300km 떨어진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며 열정을 과시했다.
● ‘복수’ 강조한 트럼프… 지지자는 ‘열광’
지난해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4건에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보복’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의 투표는 법무부를 무기화한 ‘부도덕한(Crooked) 조 바이든’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미국을 되찾자”고 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이날 유세에서 “복수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50개 주 가운데 아이오와주에서 가장 먼저 경선이 열리는 점을 강조하며 “사기꾼, 협잡꾼, 괴물들로부터 궁극적인 승리를 거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2시간을 운전해 유세장을 찾았다는 아이오와주 주민 제러미 피스커 씨(47) 또한 “부정선거만 아니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는 것이 “미국을 구하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이 줄줄이 등장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번 대선 경선에 도전했지만 지난해 12월 사퇴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들어 낼 변화를 봤다”고 가세했다. 쿠바계로 히스패닉 유권자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또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루비오 의원은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다. 당시 경선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올해 경선에 도전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2016년 당시 루비오 의원을 지지했다.
● 뉴햄프셔 노리는 헤일리 vs 정치생명 건 디샌티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2위를 노리는 헤일리 전 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또한 활발한 유세를 벌였다. 인디애놀라 한 곳에서만 유세를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두 사람은 주내 곳곳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백인 인구가 많은 아이오와주의 특성상 이곳에서는 1위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으며 비(非)당원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사위’로 유명하며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정치인인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3위를 기록하면 경선에서 조기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3위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디샌티스가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평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