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미국과 영국이 친(親) 이란인 예멘의 후티 반군을 공습한 지 나흘 만인 15일 이란도 이라크 북부 도시 에르빌을 공격하며 무력행사에 나섰다. 같은 날 후티 반군은 홍해를 운항하던 미국 상선을 미사일로 타격해 중동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에르빌 지역의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기지 3곳과 반(反)이란 테러단체를 파괴하는데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또 “시리아에 있는 이란 테러 공작의 가해자들, 특히 IS(이슬람국가) 테러 조직도 함께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에르빌에선 최소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쿠르드족 출신 ‘억만장자’인 부동산 개발업자 페슈라우 디자이도 이번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에르빌 중심지구의 개발을 맡은 팔콘 그룹 소유주인 그는 재산이 약 23억 달러(약 3조 564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에르빌은 이라크 미국 영사관이 있는 미군의 주요 거점 중 하나다. 2003~2008년 한국 자이툰 부대도 이곳에 파병돼 활동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에르빌을 이라크 내 반(反)이란 세력의 근거지이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활동지로 지목해왔다.
미 ABC 방송은 “미 영사관 및 미국인 거주지 인근에서도 여러 건의 폭발이 발생했다”며 “에르빌 국제공항 인근 미군 기지 주변도 공격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미군 시설이나 미국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란의 에르빌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며 사망자들의 가족에 애도를 보낸다”며 “이라크의 안정을 저해하는 미사일 공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이란의 공습은 3일 자국에서 발생했던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여겨진다. 이란 케르만에서 미군에 암살된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리던 도중 폭탄이 터져 80여 명이 숨졌다. 이란은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에 보복을 예고했으며, 최근 “테러에 이스라엘계 IS 대원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홍해에선 예멘 후티 반군이 미국 회사 소유인 컨테이너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하기도 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예멘 남부 아덴에서 남동쪽으로 177km 떨어진 아덴만 주변에서 ‘M/V 지브롤터 이글호’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 1발에 피격 당했다”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 고위층은 공격 직후 “다수의 미사일로 미 선박을 공격했다. 타격은 정확하고 직접적이었다”며 “미국, 영국과 연계된 모든 선박은 적대적인 표적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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