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자신이 이끌던 집권 자민당 내 파벌 ‘기시다파’(고치카이)의 해산을 검토한다고 18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자민당 주요 파벌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국민적 비판 또한 고조되면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파벌을 없애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단과 만나 “(기시다파의) 해산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한다면 (기시다파 해산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계파인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등이 후원회에서 모금한 정치자금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나눠준 혐의가 드러나 정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대대적 수사에 나섰고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주요 장관 또한 대거 사임했다.
이후 기시다파에서도 3년간 약 3000만 엔(약 2억9000만 원)이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다. 현직 총리가 소속된 파벌인 만큼 논란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일본의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보고서에 누락된 비자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한 회계담당자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자민당 간부 대부분은 입건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패 정치의 중심인 파벌 의원들이 이 법을 이용해 빠져나가고 힘 없는 회계담당자만 책임을 진다는 비판 또한 상당하다.
기시다파는 1957년 설립됐고 자민당 내 주요 파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관료와 가까운 온건세력이 이끌어 ‘비둘기파’로 꼽힌다. 1990년대까지 자민당 주류였다가 이후 파벌 분열, 일본 사회 우경화 움직임 등에 맞춰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직접 본인의 파벌을 해산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제 정계의 관심은 비자금 혐의의 중심에 있는 아베파의 거취에 모아지고 있다. 아베파는 19일 의원 총회를 열고 파벌 해체를 포함한 향후 진로를 논의한다. 아베파 소속 한 의원은 “기시다파가 해산을 검토한다면 아베파도 해산해야 한다. 19일 의원총회에서 해산을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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