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논란이 된 자민당 주요 파벌의 ‘비자금 조성 의혹’ 여파로 60년 넘게 이어져온 일본 정치계 ‘파벌정치’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집권 자민당 주요 파벌 절반 이상이 해산을 선언하며 일본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19일 “비자금 스캔들의 중심이었던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이날 파벌 해산 방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베파는 모리 요시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2000년대에만 무려 4명의 총리를 배출한 막강 파벌이다. 지금도 98명의 의원이 소속돼 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계파인 아베파 등이 후원회에서 모금한 정치자금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나눠준 혐의가 드러나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대적 수사에 나선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자민당 내 주요 파벌 6곳 중 절반인 아베파와 기시다파, 니카이파의 회계책임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18일 “해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인 이날 오전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해 기시다파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아베파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알려진 뒤 기시다파에서도 3년간 약 3000만 엔(약 2억9000만 원)이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다. 국민적 비판이 커지자 기시다 총리가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가 회장을 지냈던 기시다파는 자민당 내 네 번째 파벌로 의원 46명이 소속돼 있다. 1957년 설립됐고 자민당 내 주요 파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정권을 지지해온 아소파(의원 56명)와 모테기파(53명)에서 기시다 총리의 해산 발표를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총리 발표 뒤 다섯번째 파벌인 니카이파(38명)도 해산을 선언했다.
한편 이날 도쿄지검 특수부는 자민당 주요 파벌들의 회계책임자는 기소했으나, 실세인 파벌 회장이나 사무총장은 입건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검찰이 용두사미로 수사를 끝내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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