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 수준’ 20% 간신히 넘어
자민당 2, 3위 파벌은 ‘존속’ 선언
당내 혼란에도 퇴진 분위기는 없어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이 해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및 당 지지율은 여전히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조만간 물러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2일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23%로 1개월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지난해 12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24%로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총리 지지율이 20% 안팎이면 정권 퇴진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시다 총리가 자신이 이끌던 기시다파(고치카이)를 전격 해산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지만 여론 반응은 차가웠다. 아사히 조사에서 ‘자민당 파벌 해산이 정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2%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의 갑작스러운 해산 표명이 국민에게 정권 연명책으로 받아들여져 내각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당내 4위 소수 파벌이었던 기시다파가 해산하고 비자금 의혹의 중심에 섰던 당내 최대 파벌 아베파도 해산을 결정했지만 당내 혼란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줄곧 기시다 총리를 지지해 온 2위 파벌 아소파와 3위 파벌 모테기파는 파벌을 존속할 뜻을 밝혔다. 비자금 문제에 연루되지 않았는데 파벌을 해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시다 총리가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자신들과 상의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는 다른 파벌의 해산 여부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아소파와 모테기파 내부에서는 “이렇게 몰아붙이면 기시다 총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강경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자민당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를 위협할 만한 당내 차기 주자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권을 교체할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도 크다.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뒤 사실상의 첫 선거였던 21일 도쿄 하치오지(八王子)시 시장 선거에서는 자민당 추천 후보가 접전 끝에 당선되며 여당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곳은 아베파 고위 간부였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정무조사회장 지역구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가 비자금 문제에 대한 표심의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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