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반중 라이칭더 총통 당선에
양안 경제협력협정 폐기도 거론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인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된 것에 거듭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이 대만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라이 당선인이 5월 20일 집권 후에도 반중 행보를 계속하면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23일 중국의 국정자문기구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가 발행하는 기관지 인민정협보는 최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열대 과일의 일종인 ‘빈랑(檳榔)’, 갈치 등 대만산 농수산물 34종에 부여하던 무관세 특혜를 중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자유무역협정인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2010년 대만과 체결한 ECFA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대만산 267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 및 무관세 혜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대만산 제품이 다른 나라 제품보다 싼값에 거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대만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이 뒤따랐다.
그러나 중국은 총통 선거 직전인 올해 1월 1일부터 대만산 화학제품 12개 품목에 대해 관세 감면을 중단했다. 같은 달 9일에는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농수산물 34종에 대한 관세 특혜 중단 검토는 물론이고 경제협정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인민정협보는 “민진당이 대만 독립 입장을 고수하는 등 양안 관계를 부정하면서 대만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보복은 ‘자식기과(自食其果·자기가 저지른 죄악의 결과를 자기가 받는다는 의미)’의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라이 당선인과 민진당이 반중 행보를 철회하면 경제 보복 또한 풀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특히 라이 당선인이 1992년 양국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두 나라의 명칭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92 공식’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민정협보는 “‘92 공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경제 보복)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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