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美 대선]
공화 뉴햄프셔 경선 르포
트럼프, 13개 여론조사 모두 과반
헤일리, 5곳 유세 돌며 총력전
“12년 더!”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햄프셔주(州) 러코니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이같이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4년 임기의 연임만 가능케 한 헌법을 고쳐 3연임 즉, 향후 12년간 계속 집권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흥미로운 얘기지만 크게 말하지 말라. 그들(민주당)이 나를 파시스트로 부를 것”이라고 웃었다.
다음 날 뉴햄프셔주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격돌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치러진다. 이날 유세장은 사실상 트럼프 측의 승리 축하 파티장 같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명(헤일리 전 대사)은 내일 사라지고, 남은 한 명(자신)은 11월까지 갈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유세 직전 인터뷰에서도 “누군가에게 자진 사퇴를 요청하지 않겠지만 헤일리는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1%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자신이 뉴햄프셔주에서도 연거푸 1위를 차지하면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을 지속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자신감은 비(非)당원 투표가 가능하고 중도성향 유권자가 많은 뉴햄프셔주에서도 자신의 지지율 상승세가 꾸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결과 집계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17∼22일 발표된 13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모두 50%를 넘겼다. 특히 22일 ‘인사이더 어드밴티지’의 조사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62%까지 치솟았다. 헤일리 전 대사(35%)와 27%포인트 차다. 한때 뉴햄프셔주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헤일리 전 대사가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 직후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를 거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분을 비판한 것에도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취임 첫날부터 웜비어를 북한에서 빼내려고 했다”면서 “내가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라고 반박했다. 웜비어의 죽음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논’의 구호 “하나가 되는 곳에서 우리 모두 전진한다(Where We Go One, We Go All)”를 외쳤다. 큐어논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 난입을 주도한 조직이다. 이날 “의사당 난입으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석방해 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같은 날 뉴햄프셔주 내 5곳에서 유세를 벌이며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그는 “대선 경선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보수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을 통해 “공화당이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면 그 선택은 유권자들의 눈물로 끝날 것”이라며 사실상 트럼프 반대를 선언했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중도층이 많은 뉴햄프셔주에서도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하면 사실상 경선 완주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NYT는 “여기서도 패하면 어디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이번 프라이머리가 반(反)트럼프 진영의 마지막 저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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